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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억제 노력에 '고춧가루 뿌린' 10대 품목

물가억제 노력에 '고춧가루 뿌린' 10대 품목

정부가 새해 벽두부터 '품목별 물가안정책임제'를 도입하면서까지 물가 잡기에 총력전을 펼침에 따라 지난해 물가 상승의 '주범'에 관심이 쏠린다

소비자물가지수를 산출할 때 통계를 내는 품목은 481개 내외다. 2011년 개별품목의 상승률 분포는 '50.6∼-25.6%'다. 전체 물가상승률은 4.0%다.

8일 한국은행과 통계청 등의 '품목별 소비자물가상승률' 자료를 보면 지난해 가격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품목은 고춧가루다. 전년보다 무려 50.6%나 치솟았다.

콩(43.7%), 부엌용 용구(42.9%), 오징어채(40.9%), 마른오징어(37.5%), 고등학교교과서(36.6%), 장갑(31.3%), 오징어(29.1%), 소금(28.6%), 돼지고기(28.1%)가 뒤를 이으며 '상위 10대 상승 품목'에 올랐다.

이어 고구마(27.9%), 복숭아(27.2%), 혼식곡(26.4%), 고등어(25.9%), 당근(25.1%), 수박·인삼(25.0%), 등유(23.2%), 설탕(22.7%), 고추장(20.9%)이 11∼20위를 형성했다.

고춧가루 상승은 지난해 7∼8월 집중호우로 작황이 나빴기 때문이다.

다른 품목은 ▲이상기후·작황부진(콩·복숭아·혼식곡·당근·수박) ▲원자재가격상승(부엌용용구·장갑·등유·설탕) ▲어획량감소(오징어채·마른오징어·오징어·고등어) ▲일본원전사태·이상기후(소금) ▲구제역 여파(돼지고기) ▲수요증가(고구마) ▲수확감소·수요증가(인삼) 등이다.

고춧가루 가격 급등으로 고추장 값도 덩달아 뛰었다.

고등학교교과서는 국정·검정교과서를 각각 검정·인정교과서로 바꾼 교육과정 개편·자율화에 따른 가격조정 때문에 크게 올랐다.

학원비는 관심과 수요가 많은 고등학교학원비 상승률이 4.9%로 가장 높았고 이어 초등학교(3.9%) 중학교(3.2%) 순이다. 외국어학원비(5.1%)·미술학원비(5.0%)·전산학원비(4.9%)·운동학원비(4.4%)가 전체 물가상승률(4.0%)을 웃돌았다. 음악·취업학원비 상승률은 각각 3.4%, 2.7%였다.

참고서는 초등학교가 8.3%로 가장 높았고 중학교·고등학교는 각각 1.8%, 1.6%였다.

수업료 등 납입금은 유치원(3.3%)·사립대학원(2.3%)·사립대(2.1%)·전문대(0.7%)·국공립대(0.4%)·국공립대학원(0.3%) 순이었고, 고등학교납입금은 특성화고교 수업료 면제 등의 조치에 따라 큰 폭으로 내린 -14.4%였다.

최근 폭락세를 보인 국산쇠고기는 사육 과다로 9.7%나 떨어진 반면에 주요 외식품목인 삼겹살은 14.9%나 올랐다. 수입 쇠고기는 부정적 인식이 완화한데다 한우 대체수요로 11.6% 올랐다.

국제유가와 직결되는 항공료는 국제선은 10.7%, 국내선은 8.0%가 올라 2.7%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이는 유가 상승에 따른 유류할증료 인상이 상대적으로 노선이 긴 국제선에 더 많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같은 의류라도 상·하의 여부에 따라 남·여성용의 상승률이 서로 다르게 나타났다. 상의는 여자용이 3.8%로 남자용(2.7%)보다 높았지만, 하의는 남자용이 3.3%로 여자용(0.1%)보다 더 올랐다.

지난해 정부와 해당 업계에서 가격 인하를 지속적으로 시도했던 품목의 상승률은 행정수수료 0.0%, 스마트폰이용료 -0.5%, 금융수수료 -4.4% 등으로 전체 물가상승률을 크게 밑돌아 결실이 있었다.

의료·건강 관련 품목은 산후조리원이용료(6.8%)·한방약(6.5%)·한방진료비(4.6%) 등이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그러나 예방접종비(1.9%)·입원진료비(1.9%)·치과진료비(1.5%)·건강진단비(0.9%)는 전체 물가상승률을 밑돌았다. 애완동물병원비는 8.4%나 올라 대조를 보였다.

가격상승률이 가장 낮았던 품목은 기록매체(외장하드 등)로 25.6% 떨어졌다. 이어 파(-20.0%), 시금치(-19.5%), 생강(-18.4%), 배추(-18.3%), 무(-17.9%), 상추(-17.8%), 학교급식비(-17.6%), 양상추(-17.4%), 피망(-16.4%)이 상승률 하위 '10대 품목'에 등재됐다. 고등학교납입금(-14.4%)은 11위였다.

10대 품목 중 무려 8개가 주로 '가을철 신선식품'이다. 이상한파로 2009∼2010년 사이 가격이 급등하자 이듬해인 2011년 재배면적이 늘고 수확량까지 넘쳐나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학교급식비 부담이 많이 줄어든 것은 초등학교 무상급식 정책 덕분이다.

한은 물가통계팀과 LG경제연구원은 "어느 품목이 가계에 가장 큰 부담을 줬는지는 품목별 가중치가 달라 쉽게 알 수 없다. 그러나 가격 상승률이 높은 품목이 물가 체감 정도에 미친 영향이 큰 것은 대체적인 현상이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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