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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장군, 덤벼!… 올해로 5회째 '알몸 마라톤대회'

1일 대구 두류공원 일대에서 열린
1일 대구 두류공원 일대에서 열린 '2012 새해 알몸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500여 명의 '건각'들이 용의 기운이라도 받은 듯 얼음처럼 찬 아침 공기를 맨살로 이겨내며 힘찬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올 한 해도 힘차게 달려봅시다."

임진년 첫 날인 1일. 대구 두류공원 야구장에는 500여 명의 마라톤 동호인이 웃통을 벗고 출발 총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올해로 5회째 열린 '알몸 마라톤대회'. 찬바람에 겹겹이 껴입은 옷의 단추를 잠가도 한기가 느껴지는 한겨울 자락. 하지만 희망찬 새해를 열려는 참가자들에겐 차가운 날씨 따위는 문제가 될 게 없었다.

출발을 기다리는 알몸의 무리는 서로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체온과 반드시 완주하겠다는 각오로 주먹을 불끈 쥐었지만, 맨살의 몸에서는 찬 기운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포항에서 온 김우진(45) 씨는 "지난해 머리를 어지럽혔던 일들을 모두 털어버리고, 새해엔 건강과 마음에 새긴 각오를 꼭 이루겠다는 의지를 다짐하고자 올해 처음으로 알몸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땅!" 야구장을 출발한 알몸의 건각들은 차가운 기온을 체온으로 맞서며 두류공원 순환로를 거쳐 다시 야구장으로 돌아오는 10㎞의 대장정에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두툼한 겉옷을 입고 속옷을 몇 겹씩 껴입어도 춥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엄동설한에 속살을 허옇게 드러낸 사람들의 질주는 구경나온 사람들에겐 한겨울 재미난 볼거리가 됐다.

참가자들이 두류공원 주위의 아름다운 겨울 풍경을 배경 삼아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하얀 입김을 뿜어내자 참가자들의 가족은 격려와 응원의 목소리를 힘껏 내질렀다. 알몸 마라톤은 그냥 옷을 벗고 달리는 운동에만 머물지 않았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노진희(39'여'남구 대명동) 씨는 "추위를 극복해야 한다는 망설임, 얼어붙은 땅을 디딤으로써 발생하는 부상 우려, 여기에다 알몸을 드러내야 한다는 체면을 모두 던져버려야 비로소 알몸 마라토너가 될 수 있다"며 "저마다 가슴에 간직한 간절한 소망을 새해엔 꼭 이루겠다는 의지로 힘찬 레이스를 펼치게 됐다"고 말했다.

2008년에 창설된 이 대회는 해가 거듭될수록 참가자가 늘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대구시육상연합회 서정섭 사무국장은 "추위 속에 짧은 하의만 입고 달리는 알몸 마라톤대회는 더욱 강한 체력과 정신력이 요구된다"면서 "매년 전국에서 참가자들이 늘고 있어 겨울에 특색있는 마라톤대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리가 내려앉은 듯 하얗게 세어버린 머리의 노인들도,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20대 청춘도 웃통을 벗고 노익장과 젊음을 과시했다. 최종우(25'달서구 두류동) 씨는 "뛰다 보면 상상했던 것만큼 못 견디게 춥거나 고통스럽진 않다"며 "오히려 달궈지는 몸과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맨살이 찬 바람과 맞닿을 때의 상쾌함이 기분을 좋게 한다"고 말했다.

하나 둘 결승점을 향해 오는 사람들은 새해 첫 일과를 보람차게 끝낸 행복한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정선희(41'여'경산시 사정동) 씨는 "완주 메달을 목에 걸고 나니 너무 뿌듯하다"며 "올 한 해는 무슨 일이든 자신 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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