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 FTA시대에도 한국 농업의 저력을

대한민국 농업계는 경제발전의 토대를 만든 저력을 가지고 있다. 해방 후 우리나라는 고도 경제성장에 성공하여 인구 5천만 이상 수준의 국가로서는 세계에서 7번째로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한 국가가 되었다. 이런 성과의 토대는 상당 부분 농업 분야가 구축했다. 즉, 1950년대 이승만 대통령 시절에는 전근대적인 지주소작제를 청산한 농지개혁을 성공시켜 생산성이 높은 수많은 자작농을 창출했다. 1970년대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리더십에 힘입어 새마을운동으로 국민들의 자조정신을 각계각층에 확산시키고, 도시와 농촌의 소득균형까지 이루는 역사를 만들었다. 아울러 통일벼 개발로 단위면적당 세계 최고의 쌀 수확량을 올리는 녹색혁명을 통해 국가의 숙원이던 주곡자급을 달성했다. 이와 같은 성과는 오늘날 국가 경제발전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는 한미FTA 등으로 경제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민소득 2만달러 수준에서 10여 년 이상을 주춤거리고 있다. 경제 분야를 제외하고는 투명성, 공정성, 해외 원조, 정치 신뢰, 준법정신 등 선진국이 되기 위해 발전시켜야 할 많은 분야들은 아직도 갈 길이 먼데도 말이다. 구한말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사랑했던 미국의 헐버트 박사가 '한국은 교육으로 그 어떤 나라보다도 성공할 수 있는 나라다'라고 외쳤듯이, 물적 자원이 없는 우리 경제를 도약시킨 힘은 교육을 통한 인적 자원 개발에 있었다. 향후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도, 국민들이 재무장을 할 수 있도록 좋은 책 읽기, 특히 인문 고전 독서의 붐을 일으켜야 한다. 영국의 새뮤얼 스마일스가 '자조론'에서 주장하듯이, '국가 발전은 국민 개개인의 근면, 에너지, 고결함과 같은 정신역량의 총합'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희망적인 현상들이 있다. 필자는 퇴근길에 집 가까이 있는 서점에 자주 가는데, 최근 대학생들이 많이 읽는 책들 중에는 인문 고전 독서 입문서로 뜨고 있는 '리딩으로 리드하라'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반갑고 고마웠다. 이는 우리의 장래를 위해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미래 지도자들인 대학생들 사이에 일고 있는 인문 고전 독서열이 강한 열풍으로 바뀌면, 선진국 도약의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것이다.

희망의 싹이 농어업 분야에도 있다. 한국농수산대학교 졸업생의 평균소득은 연 6천500만원 수준으로 100대 기업 근로자의 평균소득 수준보다 높다. 농업인들의 경영역량이 높아지면, 현재 매출액 1억 이상의 고소득 농업경영체 3만 호가 확대될 것이다. 정부는 2015년까지 10만 호의 고소득 경영체를 육성할 계획이다. 이들이 중심이 되면 농식품 수출도 2017년에는 200억달러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희망의 싹은 현재 소값 하락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는 축산농가에서도 자라고 있다. 앞선 농가들은 투철한 자조정신과 수입사료 대신 사료비를 대폭 줄이는 자체 사료 조달 시스템이라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다.

프랑스 대통령 사르코지는 "농업은 프랑스에 영혼을 부여했으며, 프랑스의 중요한 자산이다. 나아가 농업은 미래 나노기술과 우주기술을 약속해 줄 중요한 열쇠다"라고 웅변한다. '대국굴기'에서는 강대국들의 세계 호령 전략으로 강대국을 향한 시대적 분위기, 국민들의 절실한 마음, 탁월한 리드 그룹의 존재 등을 손꼽고 있다. 특히 필자의 눈에 띄는 것은 네덜란드 농민들의, 불굴의 의지로 열악한 자연조건과 자원 부족을 극복한 농업이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토대를 만들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네덜란드 농민들은 국제시장경쟁력이라는 DNA를 가지고 공부하고 혁신하는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해 왔다고 한다. 이스라엘 대통령 시몬 페레스는 "불모의 사막 이스라엘에서 25년 동안 농업생산성이 16배나 증가한 것은 농업이 다른 산업보다 혁신적이라는 믿음에서 나온다. 농업은 95%가 기술이고 5%가 노동이다. 하이테크 강국 이스라엘은 농업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프랑스, 네덜란드, 이스라엘의 농업처럼, 한국의 농업도 선진국 도약의 디딤돌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 농산물과 식품의 시장을 넓히는 FTA는 천재일우의 기회다. 한국 농업계가 과거 경제발전의 토대를 구축한 것처럼, 자조정신으로 재무장하고 FTA를 도약대로 삼아 미래 선진국 도약의 대업을 성취하는 데도 다시 한 번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나승렬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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