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어느 출판사에서 상금까지 걸고 '친구'라는 말의 정의를 공모한 적이 있었다. 수많은 응모자 중에서 일등으로 당선된 것은 '친구란 온 세상이 다 내 곁을 떠났을 때 나를 찾아오는 사람이다'라고 한다.
요즘은 인터넷과 통신수단의 발달로 사람과의 관계가 '접촉'에서 '접속'으로 바뀌어가면서 이제 인간관계도 점점 일회용이 되어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서로에게 낯설고 무관심한 이런 시대에 친구의 정의는 한 번쯤 자신을 되돌아보는 중요한 의미를 준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 그것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참으로 소중한 일이다. 친구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나는 제일 먼저 어린왕자를 떠올린다. 어린왕자가 장미꽃에 바친 시간, 즉 정성과 사랑 때문에 장미꽃은 어느 장미꽃보다 소중한 것이다. 친구는 만들어놓고 파는 데가 없으므로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는 참을성이 많아야 하고, 말은 오해의 근원이 되므로 말없이 바라보면서 날마다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앉아야 하는 것이라며 자신을 길들이라는 여우의 말은 언제나 공감이 간다.
인류에게 풍요와 안락을 제공했던 산업화의 시대를 살면서 우리는 쓰고 버리는 것에 너무도 익숙해졌다. 어린왕자는 우리에게 쓰고 버리는 것에서는 친구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내가 아끼고 가꾸면 장미가 잘 자라서 소중한 친구로 남을 수 있지만 필요할 때 이용하고 버리는 친구로 생각하면 시들어버리는 장미와 같이 곁을 떠날 것이다. 이렇게 어린왕자는 '우리는 겉모습과 숫자로 사람의 값어치를 따지면서 정작 중요한 그 무엇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닐까'하는 깨달음을 준다.
요즘의 우리들은 거침없이 사랑이란 말을 한다. 사랑이란 말은 원래 아끼고 위하며 한없이 베푸는 마음이다. 그런데 친구를 만나면서 이익과 손해를 속으로 계산한다면 그것은 참으로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친구에게는 사랑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그리고 어린왕자의 여우와 같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친구가 지금 자신의 옆에 있다 해도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선뜻 눈에 보이지 않는다. 사람의 됨됨이나 생각의 향기도 이기심에 가리면 쉽게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향기를 맡기 위해서는 나 자신의 됨됨이와 생각의 키도 그만큼 자라야 하는 것이다.
나 역시 아직 생각의 키가 모자라 소중한 친구의 향기를 맡지 못할 때가 많다. 내가 정말 힘들 때마다 묵묵히 내 곁을 지켜주는, 내가 오랜 세월 동안 길들인 소중한 길동무임에도 불구하고 더러 상처를 줄 때가 있다. 자정이 넘어서도 아무 거리낌 없이 온갖 수다를 떨 수 있는 친구가 있는 나는 참으로 마음의 부자임을 새삼 깨닫는다.
별빛 찬란한 밤이면 창문을 열고 밤하늘을 바라보자. 밤하늘에서 어린왕자의 웃음소리가 방울소리처럼 들려올지도 모를 일이다. 황 인 숙 시인'시낭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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