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행복을 요리하는 의사] 22㎏의 살

'성형수술이라도 했나?' 오랜만에 만난 대학 동창생 남옥이가 이런 표정으로 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봐도 대학교 때보다 많이 변했다. 살이 빠졌기 때문이다. 그것도 22㎏이나. 결혼할 당시 몸에 맞는 웨딩드레스가 딱 한 벌뿐일 정도로 뚱뚱했지만 지금 누가 봐도 말라깽이다. 그래도 비만을 가늠하는 체질량지수(BMI'Body Mass Index)가 18.5이므로 다행히 저체중은 아니다. 정상체중의 BMI는 18.5~25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수년간 눈물이 핑 돌 정도로 노력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살빼기의 원칙은 싱거울 정도로 간단하다. 움직인 만큼 먹는 것이다. 그리고 운동하기. 나는 아침식사 준비하기 전, 퇴근하기 전에 엉거주춤 앉았다 일어나는 스쿼트 운동을 100개씩 한다. 3분도 안 걸린다. 하루에 3㎞는 걷는다. 현미 채식으로 식단을 준비하고 하루 한 끼는 푹 불린 현미를 생식하기도 한다. 그 덕분에 부모님과 형제들은 당뇨환자이지만, 나는 가까스로 피해 가고 있다.

체중을 줄인 비결을 말해주면 사람들은 "나는 그냥 이대로 게으르게 살래요. 먹고 싶은 것 다 먹다가 조금 일찍 갈래요"라고 한다. 심지어 "스님처럼 80세까지 살기보다는 사업가로 70세까지 사는 것이 낫겠다"는 댓글까지 달린다.

하지만 삶의 끝자락에서 사람들이 간절하게 더 살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면 그토록 쉽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도 그때가 되면 손자 결혼식 때까지만 더 살았으면 할지도 모른다. 인생수양이 덜 돼 삶에 집착해서 살고 싶어하는 것은 아니다. 50세까지 살면 50세까지 산 대로, 80세까지 살면 또 그 세월만큼 이 세상과 헤어지기 서운한 것이 인간이다.

비만한 사람은 '쓰리고'(Three 高)에 시달린다. 즉 대사증후군인 고혈압, 고혈당, 고지혈증에 걸리기 쉽다는 것이다. 이들 병은 아무 증상이 없다. 슬그머니 찾아와서는 은근히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다. 고혈압 환자가 일어나자마자 약 한 알부터 입안으로 털어 넣는 사소한 불편부터 당뇨환자가 일주일에 3, 4번씩 혈액투석을 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도 있다.

병도 병이지만, 비만은 외모 콤플렉스도 만들어준다. 나는 한때 심한 비만이었으므로 몸무게가 많이 나가면, 기분이 얼마나 안 좋은지 안다. 은연중에 느끼는 사회적 차별에 마음까지 병들었다. 그러나 다 알면서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살을 빼는 것이었다. 절제의 생활을 하는 것은 그런 불편함에 시달리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에게는 대물림하고 싶지 않았다. 기름지고 달콤한 요란한 맛을 포기하면, 자연의 맛과 건강이 성큼 다가온다.

김여환 대구의료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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