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석(62'북구 태전동) 씨는 올해도 알몸 마라톤으로 시작했다. 지난해 직장 일 때문에 부득이하게 참가하지 못했지만 1회 대회 때부터 4차례 알몸 마라톤대회에 출전해 모두 완주한 그는 "건강하기 때문에 도전할 수 있고, 또 달리면서 더욱 건강해지게 된다"고 말했다.
10년 동안 18번의 풀코스(42.195㎞)와 96차례의 하프코스를 완주한 그가 처음 마라톤과 인연을 맺은 건 건강 때문이었다. 평범한 직장인이던 전 씨는 2001년 몸이 좋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가 혈압 수치가 위험한 수준이라는 말을 듣고 달리기를 시작했다.
"가정에 우환이 생겨 신경을 쓰게 되면서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약을 먹고 꾸준히 운동하지 않으면 큰일 날 수 있다고 해 그날부터 운동화 끈을 조여맸어요."
처음엔 2, 3㎞를 뛰는 것도 벅찼다. 숨이 차올라 더는 뛸 수 없었고, 다리도 힘을 잃어 후들거렸다. 하지만 기분은 좋았다. 그래서 매일 달리기를 했다. 조금씩 달리는 거리는 늘었고 어느새 20, 30㎞까지는 뛸 수 있게 됐다. 그전까지 운동이라고는 하지 않았던 전 씨는 차츰 재미를 붙였고, 그해 경산에서 열린 10㎞ 단축마라톤 대회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었다. 그 후 마라톤 대회가 있으면 무조건 참가 신청을 했다. 그렇게 1년을 달렸다. 병원에선 혈압이 정상 수치로 돌아왔다며 더는 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2003년 북구육상연합회가 생기자 전 씨는 창단 멤버 가입 명단에 이름을 써넣었고, 지금까지 동호인들과 일주일에 한두 번 정기적으로 대구시내를 누비고 있다.
3교대 근무로 퇴근 시간이 들쭉날쭉한 가운데서도 달리기만큼은 중단하지 않았다. 비가 올 때는 우산을 쓰거나, 다리 밑으로 가 한 시간씩 뛰었다.
건강을 되찾고자 시작한 달리기였지만, 얻는 게 많았다. "급하고 참을성 없던 성격이 차분해지고, 편안해졌어요.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갖게 됐어요."
전 씨는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 자원봉사활동에 나섰다. 2010년 북구 노곡동이 침수 피해를 당하였을 땐 휴가를 반납하고 복구현장에 나서 구슬땀을 흘리기도 했다.
국내의 굵직한 마라톤 대회를 비롯하여 크고 작은 대회에 몸 상황에 따라 풀코스, 하프코스, 10㎞ 등에 출전했던 전 씨는 기록보다는 완주에 목표를 두고 있다. 풀코스는 3시간38분, 하프는 1시간35분이 최고기록이다.
대회에 출전할 때면 유니폼에 회사 이름을 새기고 뛰는데, 그 이유는 애사심 때문이다. "직장이 있어 가족들의 생계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회사 이름을 새겨 홍보하고 있다"는 그는 "이것을 달면 레이스 도중 힘이 들어도 포기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통영에서 열린 대회서는 골인지점 10m를 앞두고 갑자기 다리에 쥐가 나 뛸 수 없는 상황이 됐지만, 5분 동안 다리를 주무르며 겨우 몸을 회복시켜 완주에 성공했다. 남의 도움을 받으면 실격처리돼 한사코 도움의 손길을 뿌리쳤던 것. 전 씨는 "중간 중간 힘이 들지만 완주 후 오는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앞으로도 건강과 내 가족을 위해 아름다운 마라톤 중독에 빠지겠다"고 말했다.
새해를 알몸 마라톤으로 시작한 그는 "춥다고 집에만 있지 말고 건강을 위해 항상 도전하고 뛰어라"고 충고했다. 보스턴마라톤 대회 출전을 남은 삶의 소원으로 가슴 속에 품고 있다는 전 씨는 "반드시 이루고 말겠다"며 조금씩 경비를 모으며 체력을 단련시키고 있다.
최두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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