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사기(士氣)

전쟁에서의 승패는 병력과 화력이 좌우한다. 지략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세 요소를 고루 갖춘다면 그 어떤 적도 겁낼 필요가 없다. 하지만 엄청난 위력의 무기나 병력, 장수의 지모와 계략도 승패를 판단하는 표면적 요소일 뿐 싸움을 좌우하는 최대의 무기는 결국 사람의 심리라는 사실은 동서고금의 숱한 전쟁에서 확인되는 바다.

삼국지에 나오는 얘기다. 조조의 군대가 군량미가 바닥나 곤경에 처했다. 배급량을 절반으로 줄이자 병사들의 사기가 곤두박질쳤다. 조조가 "보급을 책임진 장수가 군량미를 빼돌려 더 이상 남은 식량도 없으니 죽기 살기로 싸울 수밖에 없다"고 한마디했다. 그러자 입이 튀어나왔던 병사들도 체념하면서 사기는 거꾸로 크게 올랐다는 일화다. 조조의 이런 용병술의 핵심은 결국 사기(士氣)에 따라 싸움의 판도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증언해 주고 있다.

전방 부대에 근무하는 현역 병사가 트위터로 김관진 국방장관에게 소속 부대의 지휘 방침 때문에 병사들 사기가 말이 아니라며 불만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포상 휴가와 외출'외박에 대한 통제 때문에 부대원들 사기가 크게 떨어지고 있는데도 사단장은 이를 모르고 있다는 것이 글의 요지다. 장관실로부터 연락을 받은 사단장이 크게 화를 냈다지만 장관이 "이런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해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답글까지 쓴 마당이라 뒤탈은 없으리라 본다.

이런 공개적인 반발과 불만은 20, 30년 전 군대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하지만 처벌이 두려워도 할 말은 하는 신세대 병사들을 제대로 통솔하려면 그들 심리부터 현명하게 헤아릴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이전 세대와는 의식구조가 판이하게 다른 병사들에게 군기니 교범이니 들이밀어 봤자 소용없다. 소통 없이 통제만 있는 군대에서 전투력 상승은 언감생심이다.

조조는 병졸들이 더위 때문에 목말라하자 산너머에 매실 밭이 있다고 거짓말까지 했다. 신 매실을 생각하니 절로 침이 고여 목마름이 해소될 것이라는 착안에서다. 이는 장수가 병사들의 불평불만을 얼마나 기민하게 파악하고 제때 해결해 주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짐을 역설하고 있다. 요즘 정치권이 불신받고 정치판이 요동치고 있는 것도 유권자의 심리와 정서를 무시하고 일방통행만 해온 정치인들의 게으름과 욕심 때문이 아닐까.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