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보육료 받으려면… 젓먹이도 내돌려라?

정부, 지원 대상 '만0∼2세, 만5세' 실효성 논란

#.이제 갓 돌이 지난 둘째 딸을 시어머니에게 매달 70만원을 주며 맡기고 있는 직장인 이모(37'여'남구 대명동) 씨. 이 씨는 최근 정부가 만 0~2세 아동에게 보육료를 지급한다고 해서 크게 기대했지만 정부의 지원계획을 제대로 알고는 크게 실망했다.

지원 보육료는 부모에게 '바우처 카드'형식으로 지급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 이 씨는 "어린이집에 꼭 가지 않아도 되는 애들까지 보육료 30만원을 받으려고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올해 만 세 살이 된 아들을 키우는 직장인 정미라(32'여) 씨도 고민이 많다. 사립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 앞으로 유치원비 35만원과 교재비, 간식비, 차량비 등 매달 50만원 가까이 든다. 하지만 정 씨도 정부 지원 보육료 수혜자가 아니다. 그는"정부가 만 3, 4세는 쏙 빼놓고 보육료를 지원하고 있어 꼬박꼬박 세금 낸 보람이 없다. 3, 4세는 아이가 아닌지 묻고 싶다"고 푸념했다.

올해 3월부터 만 0~2세 영'유아와 만 5세 아동에게만 부모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보육료를 지급하는 정부 방침에 대해 만 3, 4세 유아 학부모들이 실효성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만 3, 4세 아동들은 보육료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데다 지원 대상 부모들도 자녀를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가정에서 돌보는 경우 지원에서 제외된다는 것.

교육과학기술부는 올해 3월부터 공통교육과정인'만 5세 누리과정'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부모의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매달 20만원씩 보육료를 지원하게 됐다. 보육료는 정부가 바우처 카드인 '아이사랑카드'를 통해 지급하며 이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보육시설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그동안 소득 하위 70%로 제한됐던 만 0~2세도 모두 보육료를 지원받는다. 만 0세는 매달 39만4천원, 만 1세는 34만7천원, 만 2세는 28만6천원을 받는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는 대구시에 1천158억5천여만원의 예산을 지원할 예정이며, 시비도 543억7천만원가량 투입된다.

하지만 정작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많이 다니는 연령대인 만 3, 4세 아동들은 정부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게 돼 해당 부모들의 불만이 크다. 만 4세 자녀를 둔 한 부모는 "만 0~2세 아이들은 가정 보육이 필요한 시기고 보통 세 살이 넘어야 어린이집에 간다. 정부가 현실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보육시설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도 똑같이 보육료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 해당 학부모들의 요구다. 8개월 된 아들을 친정에 맡겨둔 직장인 이모(28) 씨는"아직 혼자 걷지도 못하는 아이를 불안해서 어떻게 어린이집에 맡기겠느냐"며 "조부모가 아이를 봐주는 가정이 많은데 정부가 보육시설에 다니지 않는 3, 4세 아이들에게도 보육료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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