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직 국회의장 첫 검찰소환 가능성…朴의장 "수사 협조"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돈봉투를 돌린 당사자로 박희태 국회의장이 꼽히면서 현직 국회의장이 검찰에 소환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9일 새벽까지 이번 사건을 폭로한 고승덕 의원을 조사한 검찰은 박 의장이 아시아'태평양 의회포럼 등 의회 외교를 마치고 귀국하는 대로 직접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박 의장이 귀국 직후 곧바로 소환될 수도 있지만 현직 의장에 대한 예우 등을 고려,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하거나 방문'서면조사 등 다른 방식이 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검찰은 박 의장 조사에 앞서 당시 돈을 돌려줬을 때 고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박 의장 측 인사와 돈을 돌려준 박 의장의 전 비서 K씨 등 관련 인물들을 먼저 소환해 사실 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의원 사무실에서 돈 봉투를 건네받은 여직원과 고 의원의 지시로 박 의장 측에 되돌려준 심부름을 한 보좌관도 곧 불러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다.

박 의장 측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방일 중인 박 의장은 8일 도쿄 시내에서 취재진을 만나 '돈봉투에 명함이 함께 들어있었다'는 고 의원의 검찰 진술과 관련, "나는 그때 평당원이었기 때문에 명함도 들고 다니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 수사에 협조할 일이 있으면 협조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또 4월 총선 불출마도 시사했다.

고 의원 측으로부터 돈을 주고 돌려받은 것으로 지목된 박 의장의 전 비서 K씨는 9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4년 전 일이라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때 정신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박 의장 측의 어떤 사람이 와서 돈을 주고 갔다는 식으로 생사람을 잡아서는 안된다"며 "인턴 여비서에게 300만원이라는 거금을 던지고 갔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야당은 박 의장의 의장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통합당 원혜영 공동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수사 당국이 입법부 수장을 조사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박 의장은 공정하고 성역없는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즉각 의장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한나라당은 이 사건에 대해 당장 사과해야 한다"며 "'꼬리 자르기'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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