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저기 금괴 묻혔대" 동화사 북적

탈북자 주장 보도 이후 대웅전 뒤편 방문객 몰려

대구 팔공산 동화사에 금괴가 묻혀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8일 오후 금괴 40㎏이 매장된 곳으로 알려진 동화사 대웅전 뒤편을 시민들이 구경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대구 팔공산 동화사에 금괴가 묻혀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8일 오후 금괴 40㎏이 매장된 곳으로 알려진 동화사 대웅전 뒤편을 시민들이 구경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정말 금괴가 묻혀 있긴 하나요? 만약 금괴가 실제 발견되면 누구의 소유가 되나요?"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자 A씨가 최근 대구 동구 팔공산 동화사 대웅전 인근에 금괴가 묻혀 있다고 주장(본지 5일자 5면 보도)하면서 현장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A씨는 현재 북한에 살고 있는 자신의 양아버지가 한국전쟁 당시 동화사 대웅전 뒤편에 금괴 40㎏(시가 25억원 상당)을 묻었고, 이를 자신이 증여받았다며 문화재청과 동화사에 발굴을 요구하고 있다.

동화사 관계자는 "금괴 매립 주장이 언론을 타면서 최근 대웅전을 찾는 시민들이 늘고 현장에서 '금괴가 실제로 묻혔나' '주인은 누가 되나' 등으로 이야기꽃을 피우는 경우를 자주 본다"고 말했다.

7일 오후 대구 동구 도학동 동화사 대웅전 뒤편. 좁고 그늘진 장소에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방문객들은 돌로 된 바닥을 발로 두드려보거나,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들은 최근 이곳에 금괴가 묻혀 있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일부러 찾았다고 했다. 김순례(60'여'경산시) 씨는 "금괴를 찾으러 온 탈북자의 사연이 마치 전래동화 속 주인공이 사찰이나 큰 나무 밑에 숨겨진 보물을 찾으러 온 이야기와 비슷해 흥미롭다"고 했다.

등산객 박모(55) 씨는 "혼란했던 한국전쟁 당시 불상이 있는 대웅전 바로 뒤에 금괴를 묻었다니 신기하다"며 "불심이 깊어 부처님이 금괴를 지켜줄 거라고 믿었거나, 유명 사찰은 전쟁이나 개발의 손길이 피해갈 소지가 크기 때문에 금괴가 그대로 보존될 수 있다는 점을 예상한 것 같다"고 놀라워했다.

동화사 금괴 소식에 부산에서 달려왔다는 김성수(60) 씨는 "대웅전 뒤편 바닥은 이미 석조 공사가 돼 있어 금괴 발굴 작업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공사를 하기 위해 땅을 팠다면 당시 금괴가 발견됐을 가능성이 크고, 금괴는 이미 누군가 몰래 가져갔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했다.

경주에서 왔다는 한 사람은 대웅전 주변에 설치돼 있는 CCTV를 손으로 가리키며 "대웅전 주변에 CCTV가 지키고 있으니 도굴 우려는 없어 보인다. 진짜 금괴가 있는지 없는지, 빨리 확인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동화사와 문화재청 관계자는 "대웅전은 문화재(보물 제1563호)로 지정돼 발굴 작업을 하려면 문화재청에 현상변경 허가를 받아야 한다. 금괴가 존재한다는 확실한 증명이 없으면 현재 상황에서는 발굴허가가 어렵다"고 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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