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이란 강대강 대치에 정부 고심

美-이란 강대강 대치에 정부 고심

이란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대치가 첨예화하면서 한국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양국 갈등이 '이란산 원유 금수조치 대 호르무즈해협 봉쇄방침'으로 격화되면서 에너지 안보 사수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되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은 찾기 어려워서다.

미국은 강력한 우방이자 세계 최강대국이고, 이란은 우리의 4대 원유수입 대상국이다.

특히 사실상 이란산 석유 금수조치를 의미하는 미국의 국방수권법에서 예외를 인정받기 위해 우리 정부는 총력전을 벌일 태세지만, 미국의 다른 우방은 우리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점이 정부의 고민을 더 키우는 모습이다.

유럽연합(EU)이 이란 석유 수입을 금지하는 제재에 잠정 합의한데 이어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일본마저 미국과 EU의 이란 제제에 동참할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과의 국방수권법 협의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외교가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일각에는 국방수권법의 예외·면제 조항을 적용받기 위해 실제로 우리 정부가 이란에 대한 원유 의존도를 상당히 줄여야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가능한 범위에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정부 내 기존 분위기보다는 더 나가야할 것이란 관측인 셈이다.

문제는 이란산 원유 감축이 가져올 경제·외교적 파장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도입단가를 이유로 우리나라 전체 원유수입 중 이란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2010년 8.3%에서 지난해(11월말 기준) 9.7%로 증가했는데 이런 비율을 줄이려면 상당한 경제적 비용 발생이 불가피하다.

여기에다 이란산 원유 감축이 이란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고민이다. 미국의 압박에 전 세계 유조선 3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고 경고한 이란이 "한국에는 석유 수출을 안하겠다"는 식의 강경한 맞대응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 정부의 대(對) 이란 제재 조치에 대해 그동안 이란은 비공식적으로 정부에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정부 일각에는 미국과 이란의 '강 대 강 대치'가 호르무즈해협에서의 충돌로 비화될 경우 우리도 '미국이냐, 이란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9일 "우리나라는 북핵 문제의 당사국인 만큼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된 이란의 핵개발 의혹에 대해서는 원칙을 갖고 임해야 된다"면서도 "미국과 이란을 모두 상대해야 하는 문제인만큼 방법 면에서는 물밑에서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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