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자동차였던 '포니'가 울산박물관에 전시된다고 한다. 1980년식이니 31년 만에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몸값은 5천만원. 웬만한 대형차 가격 뺨친다. 보물급 대우로 울산박물관에 전시될 포니를 계기로 현재 중고차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오래된 차량'을 찾아봤다. 중고차 전문 사이트인 SK엔카에 등록된 차량 중 1980년대 출고된 차량을 살펴봤더니 1986년을 전후로 출고된 차량 몇몇이 매물로 나와 있었다. 1985년식 포니, 1985년식 그레나다, 1987년식 프레스토 등이 검색됐다. 부르는 게 중고차 값이긴 하지만 가격은 300만원 안팎이었다.
1990년대 중반까지 자동차와 관련해 언론에서 자주 다루던 아이템 중 하나는 '승용차 잔존율'이라는 소재였다. 지금은 외국에서 타던 차량을 국내로 들여올 때 물게 되는 세금 때문에 더 잘 알려진 개념이지만 당시에는 '자동차 오래 타기' 붐이 일었던 때였다.
승용차 잔존율이란 승용차를 산 뒤 몇 년까지 버티며 거리를 누비느냐는 것으로 쉽게 정리할 수 있는데 1990년대 초중반 88올림픽을 거치며 호경기를 달리던 시기에 나온 개념이다. 1994년 당시 언론에 소개된 기사 일부를 간단히 소개하면 이런 식이다.
'…판매시점을 기준으로 할 때 승용차는 K자동차 제품이, 상용차는 H자동차의 제품이 타사 제품에 비해 오래 운행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1993년 말 등록차량을 대상으로 분석한 차량 잔존율 보고서에 따르면 판매된 지 7년이 지난 승용차의 운행률에서 K자동차가 96.4%로 D자동차의 81.4%, H자동차의 74.1%보다 높았다.'
불경기라고 하는 요즘 '자동차 오래 타기'라는 말이 그다지 자주 등장하지 않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지난해 대형차인 그랜저HG가 10만 대 이상 팔렸고, 수입차 역시 1987년 수입차 시장 개방 이후 처음으로 10만 대 이상 팔렸다. 이들이 기록한 '공전의 히트'를 보면 경기와 자동차 구매 경향은 거꾸로 간다는 설이 무리가 아닌 셈이다. '불경기일수록 볼륨있는 옷을 선호한다'는 패션계의 이야기나 심리학자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말이다.
올해도 수입차들이 새로운 모델들을 내세우며 시장 공략에 나선다고 한다. 경기가 나쁠수록 본인의 부를 과시하려는 성향이 강해지니 고급 자동차 판매량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내수 진작을 명분으로 자동차업계와 정부가 한층 더 새 차 판매에 열을 올릴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경기가 어려울수록, 새로운 고급차가 거리를 누빌수록 '부의 양극화'는 보다 명확하게 읽힐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더 '자동차 오래 타기' 운동이 그리운 요즘이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탄핵안 줄기각'에 민주 "예상 못했다…인용 가능성 높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