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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금요일에 과학터치'] 원자력 발전소, 왜 유망산업 분야일까

4차원 설계도
4차원 설계도

지식기반이 지배하는 세상이 찾아왔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정보 기술 선두 주자 대한민국의 일거수일투족은 지구촌 관심과 선망의 대상이 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는 강한 소프트웨어를 대한민국 신조어로 만들어 21세기를 열어가야 한다. 놀라운 소프트파워의 발전이 정보 통신의 울타리를 벗어나 이제는 새로운 분야로 속속 파고들고 있다. 원자력 산업 또한 이러한 변화의 시기에 잔뜩 움츠렸던 몸을 펴고 서서히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서울 코엑스를 한 번만 둘러보면 정보 기술, 나아가 소프트파워 대한민국의 미래상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새 천년을 열어가는 상시상존 소프트파워를 극미세와 초대형을 어우르는 거대 복합 원자력 공학과 접목할 시점이 눈앞에 와 있다.

단순한 하드웨어의 겉치레가 아닌 원천 기술로서의 소프트파워가 원자력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선결 조건이 있다. 수십 년 전 인류는 하늘에서 소리의 벽을 깼다. 이제 우리는 2차원 도면의 굴레를 박차고 나와 3차원 공간, 더 나아가 시간을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는 4차원 너머 공간에서 원자력의 이야기를 다시 써야 하겠다. 소프트파워와의 융합 없이 원자력이 생존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우리 인류의 역사를 100년 전으로 되돌리지 않는 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오늘의 기술이 몇 개월, 아니 몇 주 만에 묻혀버리기도 하는 소프트파워 시장에서, 우리는 10년은 안 될지언정 최소한 5년 앞을 내다보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원자력 분야에 있어 소프트파워를 이용한 정보화는 생각만큼 낯설지 않다. 이미 많은 사람이 소프트파워를 활용하고자 노력해 속속 그 성과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해를 원자력 소프트파워 산업의 원년으로서 새로운 도약을 제시하는 이유는 그동안 따로따로 진행돼 오던 디지털 원자력을 해외 유수의 산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표준화된 원천 기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자 함이다.

상시상존 소프트파워는 기획, 사업, 설계, 제작, 건설, 유지, 보수, 제염, 해체는 물론 사용 후 관리에 이르는 원자력 산업 전반에서 주요 기술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범용 기술은 기존 원자력발전소나 폐기물처분장의 울타리를 넘어 4세대 원자력시스템, 핵융합로, 가속기 등의 설계, 건설, 운영 단계에서도 폭넓게 사용될 수 있다.

원자력은 통상 신기술의 적용이 매우 느리고, 안전성과 신뢰도를 최우선으로 하는 기간산업이다. 또한 원자력발전소는 설계와 제작, 운전에 이르기까지 10년 이상 소요된다. 오늘의 신기술이 내일의 평범한 기술이 되는 현재의 상황에서 오랜 시간이 걸리는 원자력에 첨단 소프트파워를 적용한다는 것이 불가능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10여 년 전 한국이 조선 분야 세계 1등 국가가 되었을 때 어느 누구도 디지털 기술로 조선소를 건설하고 배를 제작한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았다. 하늘을 나는 대형 여객기를 완전 디지털 기술로 사전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희랍의 지혜를 사랑하는 마음과 뉴턴의 사과를 생각하는 머리가 원자력 소프트파워의 한가운데 있다. 누구나 생각하고 원하지만 가장 먼저 시작하고 성취하는 자만이 원천 기술이라는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다. 10만원짜리 반도체 2천만 개를 팔아야 원자력발전소 1기를 파는 것에 해당된다. 그만큼 원자력 시장은 거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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