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에게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사람은 적이고 잘못을 말해주는 사람은 스승(道吾善者 是吾賊 道吾惡者 是吾師)'이라는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송송이(경북여상 2학년) 양은 2일부터 7일까지 대구향교에서 열린 '동계 인성교육(충효교실)' 프로그램에 참가한 뒤 느낀 것이 많았다고 했다. 부모와 학교 교사들이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사랑을 주는지 되돌아본 계기가 됐기 때문.
"한자를 잘 몰라 힘들긴 했지만 선생님들이 자세히 알려주신 덕분에 이해할 수 있었어요. 부모님, 선생님 등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잊지 않겠습니다."
학교폭력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면서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대구향교의 인성교육 프로그램 '충효교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충효교실은 향교에 대한 소개와 함께 명심보감과 생활예절 배우기 등으로 구성된 프로그램. 대구향교가 대구시교육청과 함께 매년 여름, 겨울방학 동안 운영해온 것으로 이번에는 지역 고교생 50여 명을 대상으로 2일부터 매일 두 시간씩 진행됐다.
7일 오전 10시 찾은 대구향교 소강당에서는 겨울방학을 맞아 충효교실에 참가했던 고교생들이 마지막 강의를 듣고 있었다. 강의를 맡은 대구향교 이규옥 교무처장은 "공자의 인(仁), 맹자의 의(義)는 모두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는 도리를 이르는 말씀"이라며 "늘 주변을 돌아보고 신중하게 행동하는 학생들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친한 사이끼리 모여 앉은 학생들은 이 처장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특히 앞자리에 앉은 학생들은 눈빛을 반짝이며 이 처장의 얘기에 집중했다. 김은열(대구전자공고 1학년) 군은 "태권도 도장에 다닐 때 관장님께서 강조하시던 말씀과 비슷해 더 이해가 잘된다"며 "인생 계획은 어릴 때 세워야 한다는 얘기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학생들은 6일 여성유도회로부터 절하는 법 등 전통예절을 배우기도 했다. 남자와 여자에 따라 다른 큰절, 평절, 반절 등 전통 인사법을 하나하나 배워보고 대화, 전화 예절에 대해서도 설명을 듣는 시간이 됐다. 서유진(경북여상 2학년) 양은 "이번 프로그램에서 전통 인사법을 배운 게 가장 인상적이고 재미있었다"며 "얼핏 보기엔 쉬워 보였는데 직접 해보려니 손을 어디다 둬야 할지부터 헷갈렸다"고 웃었다.
마무리 강의가 끝난 뒤에는 간단한 수료식이 열렸다. 남학생들은 이번 프로그램에 강사로 나선 대구향교 관계자들과 함께 유생(儒生)들이 입는 유복(儒服)을 걸친 채 까만 유건을 머리에 썼고, 여학생들은 조선시대 여자들이 입었던 예복인 당의(唐衣)로 갈아입었다. 우수 수료생에 대한 시상과 더불어 다 함께 박수를 치고 주변 청소를 하는 것으로 수료식이 끝났다.
대구향교에서는 고교생뿐 아니라 중학생과 초등학생도 가르치고 있다. 중학생은 9일부터 명심보감 대신 동몽선습을 배우기 시작했고 초등학생 경우 16일부터 사자소학 학습과 함께 투호, 윷놀이, 팽이돌리기 등 전통놀이를 경험하게 된다. 대구시교육청은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 운영할 수 있도록 최근 관련 예산도 1천만원에서 두 배 늘렸다.
대구향교 구자영 전교는 "나라와 부모, 스승을 사랑하라는 것이 우리가 학생들에게 주고 싶은 가르침"이라며 "학생들이 인격적으로 성숙해지면 학교폭력과 같은 사건도 줄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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