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8년 깜짝공개 '훈민정음 상주본' 어디?

감정 의뢰한 골동품 상인 현재 수감…"낱장씩 숨겨…억울함 풀리면 공개\

'국보급 제2 훈민정음 해례본의 행방을 찾아라.'

세종대왕의 한글창제 과정을 다룬 드라마가 최근 인기를 끌면서 2008년 상주에서 처음 발견됐던 상주시 훈민정음 해례본(이하 상주본)이 주목받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지난해 상주본을 소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골동품상의 집을 세 차례나 수색했지만 찾지 못했다.

지금까지 훈민정음 해례본은 국보 7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간송미술관 소장본(이하 간송본'사진)이 유일했다. 하지만 2008년 7월 31일 상주시 낙동면 골동품상인 배모(49) 씨가 제2의 훈민정음 해례본이라며 학계에 감정을 의뢰하면서 세상에 처음 등장했다.

학계는 상주본을 간송본과 동일 판본으로 감정했으며, 특히 간송본에는 없는 훈민정음 창제원리에 대한 주석이 당시 한글체로 수록돼 있어 학술적 가치가 더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

◆상주본 어디 있나?

배 씨가 훈민정음 해례본에 대한 감정을 의뢰하는 등 이를 공개하자, 상주시 골동품상인 조모(67) 씨는 자신의 것이라며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씨의 변호인에 따르면 배 씨가 2008년 7월 조 씨의 골동품점에서 30만원을 주고 고서 두 상자를 사면서 상주본을 함께 상자에 넣어 훔쳐갔다는 것. 대법원은 지난해 6월 조 씨의 주장을 인정해 배 씨에게 상주본 반환을 명령했지만, 배 씨는 묵비권을 행사하며 행방을 밝히지 않고 있다. 배 씨는 현재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상주경찰서 유치장에 구속 수감 중이다.

이달 4일 기자와 유치장에서 만난 배 씨는 "내가 여기에 있는 상황에서 무엇을 말할 수 있겠는가. 내 억울함이 해소되면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반출설과 매립설 등 소문만 무성한 가운데 지난해 6월 대법원 판결 이후 경찰 강제집행과 지난해 7월 검찰의 두 차례 압수수색을 거쳤지만 상주본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경찰은 현재 배 씨의 자택 인근을 가장 유력한 상주본 소재지로 추정하고 있다. 상주의 배 씨 집에는 온갖 잡동사니가 마당에 한가득 쌓여 있었다. 주민들에 따르면 배 씨는 그동안 가족 없이 혼자 살았으며, 지난해 9월 구속된 뒤 잠시 배 씨의 형이 집을 지키다 이내 떠났다.

배 씨는 상주본 발견 이후 '도난을 당할 수 있다'는 지인들의 우려에 대해"낱장씩 봉투에 담아 잘 숨겨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배 씨가 어딘가에 숨겨놓았을 가능성이 높다.

◆상주 해례본의 가치는?

상주본 최초 공개 시 배 씨의 집에서 감정을 했던 임노직 한국국학진흥원 유교문화박물관장(당시 수석연구원)은 "종이 재질이나 표기법 등을 봤을 때 간송본과 비슷한 시기의 것이 확실했다. 내용도 간송본과 완전히 같았으며 보관상태는 훨씬 좋았다"고 말했다.

배 씨가 최초 감정을 위해 딱 한 번 상주본을 공개하고는 바로 감춰버린 탓에 임 관장은 원본을 육안으로 확인한 유일한 전문가이다.

임 관장은 "처음에는 그저 모조품이려니 했지만 보자마자 국보급임을 알 수 있었다"면서 "임진왜란 이전의 한글 표기법으로 아주 세세한 주석이 달려 있었다. 심지어 한글 창제 과정에 대한 비판적 내용도 있어 당시 사람들이 훈민정음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었는지를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사료"라고 말했다.

또 "간송본도 미술관에 기증되기 전 당시 집 10채 값에 거래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 상주본이 다시 나오면 국보 지정과 함께 국가에 귀속될 수 있도록 모두가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동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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