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산지 가격이 내리고 있지만 소비자 가격은 그대로여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변동 없는 한우 가격의 비밀은 '복잡한 유통구조'에 있다. 산지에서 출하된 한우가 몇 단계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몸값이 높아지는 탓이다.
한우 농가에서 키운 소 한 마리가 시민들의 밥상에 오르는 과정을 추적해 한우 유통의 문제점을 되짚어 본다.
◆쇠고기값 '뻥튀기'
이달 4일 성주군 수륜면 김성길(43'가명) 씨는 직접 키운 28개월 된 수소(700㎏)를 산지 수집상에게 내놓았다. 손에 쥔 돈은 455만원. 지난해 이맘때보다 20% 가까이 하락했지만 시세가 계속 떨어지고 있어서 더는 미룰 수 없었다.
산지 수집상은 김 씨의 소를 우시장으로 넘겼다. 수집상이 남긴 돈은 운송비 5만원과 소개료 3만원(1.7% 이윤율).
수집상은 "한우는 적정연령에서 출하가 늦어질수록 가격이 떨어지고 살아 있는 소를 맡고 있으면 사료비와 보관료가 들기 때문에 비교적 적은 이윤을 얻고서라도 바로 시장에 내다 판다"고 말했다.
우시장에서 팔린 김 씨의 소는 중간유통업자의 손을 거치면서 가격이 가파르게 치솟았다.
중간유통업자는 우시장에서 구입한 김 씨의 소를 고령군 다산면 농협중앙회 고령축산물공판장으로 데려갔다. 이때 매매수수료와 운송비 명목으로 6만원이 추가된다.
이곳에서 김 씨의 소는 일정시간 휴식을 취하면서 이동 중에 쌓인 피로를 회복했다. 그동안 검사관과 도축관련 담당자들이 육안으로 소를 생체검사 했다. 그리고 바로 도축에 들어갔다. 피를 빼내고 치아를 통해 소의 연령을 감별한 뒤 머리와 내장을 제거했다.
도축과정에서 도살처리 수수료와 검사 및 등급판정 수수료로 11만9천원이 들었다. 여기에 축산물의 판로 확대, 수급조절 및 가격안정, 운영경비 등 농가 공동의 이익을 증진할 목적으로 부과되는 기금인 자조금 2만원이 보태졌다.
도축을 마친'지육'(400㎏)은 공판장에서 경매에 붙여져 480만원에 낙찰됐다. 이로써 455만원에 김 씨의 손을 떠난 소의 가격은 507만9천원이 됐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지육경락가인 480만원에 가죽과 내장, 소다리 등 부산물을 포함한 전체 경락가 505만원을 기준으로 1.5%의 상장수수료(7만6천원)와 1.98%의 경매수수료(10만원)가 붙었다. 이렇게 도축장을 빠져나온 김 씨 소의 최종 지육가격은 525만5천원으로 크게 상승했다.
지육은 다시 16만원을 들여 공판장 내 가공 공정을 거쳤다. 앞다리와 뒷다리, 등심, 갈비 및 기타 부위로 분리됐다. 김 씨 소의 고기는 중간유통업자에게 541만5천원으로 넘겨져 고령공판장을 떠났다.
중간유통업자는 20만원의 이윤과 운송비 5만원을 덧붙인다. 이는 공판장에서 출하된 가격의 4.6%에 해당하는 마진으로 정육점과 음식점 등 소매점으로 넘기는 것이다.
소매점에선 판매와 관련한 부가비용이 붙었다. 점포유지관리비, 인건비, 공과금 등 40만원의 간접비와 100만원 정도의 이윤이 최종적으로 포함됐다.
김 씨의 소가 소비자에게까지 도달하는 데 7단계를 거쳤다. 농가->산지수집상->우시장->공판장(도축 및 가공)->중간유통업자->소매점->소비자. 이 과정을 지나며 455만원 하던 700㎏ 소는 255㎏ 정육으로 변해 706만5천원에 판매됐다.
◆해법은 유통 '군살빼기'
한우 소비자 가격을 내리는 해법은 유통단계를 줄이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6, 7단계인 유통과정을 3, 4단계로 줄이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간유통과정을 단순화해 산지가격과 소비자가격 폭을 줄인다면 농가는 소득을 높이고 소비자는 싸고 질 좋은 쇠고기를 즐길 수 있게 된다는 것.
실제 예천군 용문면 금당한우 박찬업 대표는 유통과정을 줄여 값싼 한우를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있다.
박 대표는 한우 생산에서 유통과 판매까지 담당하고 있다. 600㎏ 암소를 408만원에 직접 농가에서 출하한다. 군위군 군위읍 오곡리의 민속LPC에서 도축과 가공을 거친다. 이때 도축비(16만원)와 가공비(16만5천원), 자조금(2만원), 왕복 교통비(15만원)를 포함하면 457만5천원으로 직영매장에 들어온다. 매장에선 가게세와 인건비 등 이윤 100만원을 보태서 557만5천원에 소비자에게 판매된다. 유통과정을 쏙 빼 약 10∼15%가량 소비자가격을 줄일 수 있다.
박 대표는 "직접 사육과 판매를 함께 함으로써 산지가격과 소매점의 가격 폭을 줄이는 것은 물론 산지와 연동되어 소비자가격이 빠르게 반응하는 장점이 있다" 며 "유통단계를 줄이지 않고는 살아날 방법이 없다. 앞으로 도매는 물론 식당, 인터넷 등으로 판매처를 다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여준호 경북대 농업경제과 교수는 "직거래와 직판장, 자체 브랜드 확산을 통해 복잡한 유통구조를 단순화하는 것만이 축산 농가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고 강조했다.
정민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경제팀장은 "한우 가격과 음식점 가격 간의 연동제를 통해 소매점에 적정 판매가를 고시함으로써 가격을 낮추는 것을 적극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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