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쏟아지는 복지정책 때문에… 지자체 살림, 거덜날 판

영유아보육·예방접종… 시 군이 예산일부 부담 수년째 신규사업 못해

"어떻게 복지예산을 마련해야 할지 가슴이 답답합니다."

오는 4.11 총선을 앞두고 쏟아지는 선심성 복지 정책에 대구시와 각 구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올들어 영유아 보육료와 장애인 활동비 지원 등 복지 관련 사업을 잇따라 도입하면서 각 구청마다 수십억원의 추가 예산을 구해야할 판이지만 사실상 해결책이 없다.

대구시는 올해 예정에 없던 예산 260억원을 추가로 마련해야한다. 정부가 최근 소득 하위 70%로 제한됐던 만 0~2세의 보육료 지원 범위를 모든 영유아로 확대하면서 예산 규모가 늘어난 탓이다.

영유아 보육료 지원범위 확대에 따라 정부가 대구지역 총 사업비 2천321억원 가운데 60%인 1천370억원을 지원하지만 덩달아 대구시가 643억원, 8개 구·군 307억원 등 40%를 대응 자금으로 마련해야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대구시와 각 구청은 보육료 지원예산 편성을 2011년 예산 결산이 이뤄지는 5월 이후로 미루고 정부에 예산 추가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아직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는 구체적인 지원 계획을 잡지 못한 상태다.

올 들어 급작스레 늘어난 복지 예산은 이 뿐만이 아니다. 대구시와 각 구·군은 올해 신설된 경로당 운영비와 냉·난방비 추가 지원 사업으로 6억원, 장애인 활동지원사업으로 시비 34억원을 더 마련해야한다.

또 지난해까지는 일반 병·의원에서 예방접종을 맞을 때 자부담해야했던 접종행위료 1만5천원 중 1만원을 올해부터는 시와 기초지자체가 보조 해야한다. 여기에 더 들어가는 예산만 8억2천만원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복지 예산은 움직일 수 없는 경직예산이기 때문에 부족한 돈을 채우려면 도시 기반시설 등 다른 사업에서 끌어올 수밖에 없다"며 "수년째 신규사업을 억제하고 가용 재원을 확보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갑작스레 늘어난 복지예산에 가뜩이나 예산이 마른 구청들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에 비해 전체 복지 예산 규모가 20% 이상 늘어났기 때문.

달서구청의 경우 영유아 보육료 72억원 중 고작 20억원만 예산에 편성한 상태다. 가뜩이나 예산 부족으로 40억원을 미편성한 상태에서 예산 부담이 12억원이 더 늘어난 것. 북구청도 영유아 보육료 지원 예산 56억원 중 36억원이 부족한 상태다. 부족한 36억원 중 올해 늘어난 예산만 15억원이나 된다.

기초단체들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2011년도 예산 결산을 통해 남은 잉여금을 확보하거나 전체 세입·세출 규모를 조정해 예산을 확보할 계획이지만 사정은 여의치 않다.

세입 규모로는 직원 인건비를 겨우 충당할 정도이고 잉여금까지 조정하면 아예 추경 예산 편성조차 어려운 형편이기 때문.

대구 한 구청 관계자는 "신규 사업을 막고 연말까지 최대한 예산을 아껴 운용을 하더라도 과연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예정에 없던 복지예산을 갑자기 늘리는 것은 총선을 겨냥한 것으로 지방 재정이 거덜나게 생겼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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