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기브 앤 테이크

한나라당 고승덕 국회의원이 2008년 당 대표 경선 때 한 후보가 300만 원이 든 돈 봉투를 돌렸다고 폭로했다. 검찰 조사에서 고 의원은 봉투를 돌린 후보가 박희태 현 국회의장이라고 밝혔다. 가뜩이나 강력한 개혁을 요구받는 한나라당으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 해산 이야기까지 나온다. 이를 수사하는 검찰도 이만저만한 부담이 아니다. 이 폭로가 사실로 밝혀지면, 명백한 실정법 위반으로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 자칫 전당대회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 봉투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는 모든 인사로까지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 19대 총선이 3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권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검사 출신으로 고검장을 지내고 나서, 정계로 진출해 1988년 13대부터 현재의 18대까지 내리 당선한 6선 국회의원이다. 그 사이 한나라당 최고위원, 국회부의장, 한나라당 대표를 지냈다. 겉보기로는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경력이다. 하지만 본인에게는 뭔가 부족했던 모양이다. 박 의장이 당 대표 경선에 나갔을 때는 이미 원로에 가까운 71세였다. 어쩌면 박 의장은 남은 목표인 국회의장이 되려면 무리를 하더라도 여당 대표를 한 번 더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뻔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결과가 사뭇 기다려진다. '얼마나 돈이 많기에?', 혹은 '어디서 나서?'라는 궁금증 때문이다. 정가에 따르면 당 대표 경선에는 약 20억~30억 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박 의장의 재산이 100억 원에 이르니 당 대표와 그 뒤에 올 큰 명예를 위해서는 20억 원쯤은 써도 될 듯하다. 하지만 공직자 재산 공개 때 박 의장은 2008년 88억 원, 2010년 95억 원을 신고했다. 그 사이 국회의원 선거와 당 대표 경선을 치렀는데도 재산은 오히려 늘어났다. 소시민의 머리로는 도무지 계산이 안 된다. 경비가 다른 사람의 주머니에서 나왔거나, 아니면 어떻게 해서든 그 경비를 다시 모았다는 결론이다.

뇌물의 기본 형태는 '기브 앤 테이크'(Give & Take)다. 아무것도 받지 못하는 데 줄 턱이 없다. 그리고 대개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더 클 때가 잦다. 하지만 그 결과는 비참하다. 한순간은 이익이었겠지만 결국 남은 것은 평생 쌓은 것에 먹칠하는 불명예뿐이다.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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