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평등세상의 꿈, 홍수전

청나라의 종교가 홍수전(洪秀全'1814~1864)은 광동성의 소수민족 객가(客家)출신이다. '중국의 유태인'으로 불리는 객가 출신 중에는 혁명가와 반란자가 유독 많다. 손문, 등소평, 싱가포르의 이광요 전 총리 등이 바로 그들이다.

홍수전은 총명하고 온순했지만 성장하면서 타고난 피를 속이지 못했다. 과거에 낙방하고 사경을 헤매다 문득 영감을 얻어 스스로를 '예수님의 동생'으로 믿었다. 기독교를 중국적으로 해석해 남녀평등, 토지 균분, 매첩 금지 등의 혁명적인 교리를 설파하자 수많은 농민들이 모여들었다. 전개 과정이 조선의 동학농민운동과 닮아 있다.

1851년 오늘, 태평천국 원년을 선포하고 광서성에서 거병할 때는 1만여 명에 불과했으나 2년 후 남경을 점령할 때는 200여만 명으로 불어 있었다. 권력을 잡자마자 타락했다. 교주인 그는 18명을 첩으로 삼고 황제와 같은 생활을 했고 내분으로 신도끼리 살육전을 벌였다. 1864년 청나라 관군과 서양 군대에 의해 진압되기 직전 병사했고 평등세상의 꿈도 사라졌다. 뒷날 손문과 중국 공산당은 '위대한 농민혁명운동'이라고 규정했다. 이상은 훌륭했으나 실천은 지극히 중국스러웠다.

박병선/동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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