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 팔공산 동화사 대웅전 뒤편에 금괴가 묻혀 있다는 한 탈북자의 주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도를 넘어서면서 동화사가 '금괴 소동'의 최대 피해자가 되고 있다.
영남권의 대표적인 사찰인 동화사는 금괴 소문이 돈 이후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금괴의 매립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마치 금괴가 실제로 묻혀 있는 듯이 알려지면서 언론과 시민들로부터 문의 전화가 폭주하고 있는 것.
동화사 측은 "3년 전 동화사가 동아시아 10대 관광지로 지정될 때도 주목을 못 받았는데 확실하지도 않은 금괴 매립 가능성이 제기된 후 과도한 관심에 노출되고 있다"며 자제를 호소했다.
금괴 사건을 계기로 이와 유사한 주장을 하는 사람도 줄을 잇고 있다. 동화사 한 관계자는 "최근 금괴 매립 주장이 제기된 이후 동화사가 예전 자신의 집이라거나 동화사에 보물을 묻어놨다고 주장하는 이도 더러 나오고 있다"며 혀를 찼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2006년 불었던 영광군 안마도 앞바다의 '일제강점기 보물선 찾기'와 같이 아무런 결과 없이 끝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한 어선 선장이 안마도를 드나들다가 주민들로부터 전해 들은 얘기를 근거로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이 쏜 포탄에 맞아 일본 함대가 좌초됐고, 그 배에는 귀금속과 국내 보물급 유물 등이 묻혀 있다고 주장했다. 해양항만청까지 동원돼 3년 동안 바닷속을 샅샅이 훑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이 흐지부지됐다.
이에 대해 사회심리 전문가들은 "금괴나 보물선 소동은 물신주의의 폐해이고 가치관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영남대 백승대 교수(사회학과)는 "금이 아니고 책이나 또 다른 징표 등을 숨겨놨다고 했으면 이 정도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숨겨져 있는 것에 대한 호기심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인간의 속물적인 속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만약 발굴을 했음에도 금괴는 없고, 보물인 대웅전이 훼손되면 그 책임을 누가 질 수 있나"며 "금괴 소동은 일확천금에 대한 동경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괴 소동은 우리 사회의 답답한 현실이 낳은 '화젯거리'라는 의견도 있다. 경북대 진영선 교수(심리학과)는 "누구나 가질 수는 없지만 불확실성에 대한 긍정적인 관심이 있다. 금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마음속에 희망적인 판타지를 심어온 귀중품"이라며, "팍팍한 현실에서 금에 대한 낭만적인 인식이 과도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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