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영화] 초한지

韓 CG 업은 中 인해전술 볼거리는 잡았겠다 그럼, 스토리는?

'미션 임파서블:고스트 프로토콜'과 '마이웨이'의 개봉 이후 방학용 애니메이션들의 등장으로 한동안 잠잠했던 극장가에 다시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정통사극이 개봉한다.

'초한지-천하대전'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중국 역사물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기존의 중국 역사극만이 보여줄 수 있었던 인해전술에 가까운 대량의 인원 동원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우수한 한국의 기술진들에 의해 진보된 컴퓨터 그래픽과 제작기법을 선보인다.

최근까지 중국 사극들은 문화적 이질감 때문에 우리에게도 친숙한 '삼국지' 시리즈 등 몇 작품들을 제외하면 국내시장에서 어느 정도 흥행에 제약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해당 영화들이 세계시장을 목표로 이야기의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중화 중심의 사상을 넘어 점차 보편적인 '신화'의 모습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관객을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한다.

특히 이번 작품에는 국내에도 많은 팬을 확보한 '여명'과 새롭게 제작된 '천녀유혼'을 통해 떠오르는 중화권 스타로 발돋움한 '유역비' 등이 출연해 관객의 기대를 더하고 있다.

진시황 이후 최고의 패자로 올라선 항우(풍소봉)와 또 다른 영웅인 한나라의 유방(여명). 항우는 호시탐탐 유방을 제거할 기회를 노리고 마침내 연회에서 그를 제거하려 하지만 놓치고 만다. 용맹함으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항우에게 다가온 빼어난 미모의 우희(유역비). 항우는 검술에 뛰어나고 비파를 잘 타는 우희에게 마음을 빼앗겨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 한편, 변방에서 세력을 키운 유방은 한신, 장량 등 뛰어난 부하들과 함께 항우에 맞서며 대결전으로 나아가게 된다.

이인항 감독을 비롯해 국내에서도 1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삼국지:용의 부활' 제작진들이 만든 이 영화에는 대규모로 진행된 진시황의 순행 모습과 항우와 유방이 맞부딪치는 전투장면을 위해 수천 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되었고, 이를 수만 명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보통 영화의 두 배가 넘는 600컷 이상의 CG가 사용되었다.

또한 광활한 대륙의 대결 이외에도 다양한 역사 속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항우와 유방의 엇갈린 운명을 결정짓는 연회인 홍문연(鴻門宴), 1993년에 개봉해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패왕별희(覇王別姬) 경극의 실제 주인공인 항우와 우희의 사랑, '적벽대전' 다음으로 유명한 사면초가(四面楚歌)라는 사자성어를 만들어낸 40만 대군의 전투인 '해하대전' 장면 등이 그것이다. 우리 역시 충분한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정통사극은 TV로만 볼 수 있고 배경만 역사 속으로 가져다 놓은 퓨전 사극이 주로 제작되는 한국영화를 생각하면 부러운 일이다.

삼국지, 수호지 등과 함께 중국의 3대 역사 소설 중 하나를 다룬 이 영화는 진정한 영웅과 승리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도 던지고 있다. 승리자인 유방의 모습이 무척이나 고독해 보이기 때문이다.

시사회 이후 영화에 대한 반응은 볼거리와 이야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평과, 볼거리와 비교하면 이야기가 다소 빈약하다는 쪽으로 나뉘고 있다. 적어도 관객들에게 화려한 장면들만큼은 충분히 제공한 셈이다. 상영시간 137분. 12세 관람가.

김삼력 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ksr@y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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