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예년보다 '빠른 설' 때문에 울상이다.
경기 침체 불안감으로 연말 특수가 실종된 데 이어 새해 대목과 설 연휴가 겹쳐 1, 2월에 걸친 마라톤 매출 상승세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구 백화점들은 이달 6일부터 설(23일) 전날인 22일까지 일제히 새해 세일에 들어갔으며 새해 들어 매출은 지난해 대비 10%가량 오르는 등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전체 매출을 고려하면 걱정부터 앞선다.
업계에 따르면 대목이 겹치면 득(得)보다 실(失)이 큰 게 정설. 올해는 새해와 설이 겹친 탓에 매출 효자인 겨울 의류를 소비하기보다는 설 선물을 우선적으로 고르는 성향이 짙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기가 위축되는 시기에 두 대목이 겹친 올해 상황은 카드대란 직후인 2004년과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미친 2009년과 비슷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시 백화점 신년세일 매출은 선물 수요로 식품은 20% 이상 증가했지만 의류가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이며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연중 가장 비수기인 2월에 설 대목마저 없으면 매출이 바닥을 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유통 전문가들은 "백화점 입장에서는 소비자가 한번 와서 살 수 있는 구매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목 행사는 시기가 따로 떨어져 있을수록 좋다"며 "세일 매출에도 큰 도움이 안 되고 1, 2월 통합 매출로 보면 역효과가 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백화점들은 소비자를 패션상품 구매로 유도하기 위해 아울렛을 능가하는 초특가 기획 행사를 대규모로 준비했다. 입점 패션 브랜드들도 선물용 의류상품 위주로 할인폭과 물량을 늘렸다.
백화점 세일에서 일반 브랜드의 매장 할인율은 통상적으로 10~30%, 이벤트홀 등 행사장의 기획상품 할인율은 40~60% 수준. 하지만 이번 세일의 경우 브랜드별 최대 할인율은 40~50%, 기획상품 할인율은 70~80%까지 올라갔다.
동아백화점은 폭스코트, 래빗코트 등 겨울 대표 아이템을 최대 60~70% 할인 판매하는 'SAVE & SAVE 할인에 할인을 더하다' 행사를 진행한다. 수성점은 구스다운 점퍼와 기능성 겨울용 아웃도어 할인행사 등을 적극 펼치고, 각 브랜드별 사은품 지급 행사를 통해 실속 구매고객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선보인다는 복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겨울 의류를 판매하는 마지막 시점 1월에 설 명절이 끼면 설 선물용 신선식품 등의 매출은 급등하나 상대적으로 겨울 의류 특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이런 이유에서 백화점마다 의류 할인 행사 폭을 늘리는 등 고객 잡기에 혈안"이라고 전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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