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재즈 공연은 흥행에 성공하기 어렵다. 슈퍼스타급 음악인이 공연을 가져도 공연장 한 층을 다 채우기 힘들 정도다. 음반이 쇠퇴하고 공연이 음악 소비의 중심이 되었지만 재즈는 공연 시장에서 맥을 못 춘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예술음악과 대중음악의 경계쯤으로 여겨지는 재즈의 특성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유독 공연장을 팬으로 가득 메우는 티켓 파워를 가진 음악인이 있다. 공연장에는 재즈팬뿐만 아니라 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까지 다양한 음악적 군상들이 모여있다. 심지어 재즈 공연으로는 생각하기 힘든 지방 투어까지 가지며 매진 행진을 이어간다. 플루겔 혼의 마법사로 불리는 척 맨지오니(Chuck Mangione)의 공연이다. 특유의 따뜻한 음색과 백인 재즈의 멜로디, 비트를 강조한 연주는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재즈 음악인으로 척 맨지오니를 자리하게 했다.
척 맨지오니는 이탈리아계 미국인으로 1940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재즈를 할 팔자를 타고난 건지 10세 때 거장 디지 길레스피(Dizzy Gillespie)에게서 트럼펫을 선물받게 된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형과 함께 재즈 밴드를 만들어 활동했고 20대 중반인 196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인 프로음악인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 이미 재즈의 진화가 극에 달해 있던 시절이었지만 '우디 허먼 악단'이나 '메이너드 퍼거슨 악단' 등에서 빅밴드 재즈 어법을 경험하기도 하고 유명한 '아트 블래키 앤드 재즈 메신저'에서 하드 밥을 경험하면서 각광받는 백인 재즈 트럼펫터로 자리하게 된다.
1970년대가 되면서 솔로 활동을 시작한 척 맨지오니는 예의 팝적인 멜로디와 비트를 선보이기 시작했고 앨범 'Friends and Love: A Chuck Mangione Concert'와 'Land Of Make Believe'가 그래미 후보에 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1970년대까지 그래미가 인정한 척 맨지오니의 음악적 성과는 재즈가 아니었다. 1976년 공개한 앨범 'Bellavia'는 최우수 작곡상을 수상했고 1978년 참여한 영화음악 'Children Of Sanchez'는 최우수 팝연주상을 수상하게 된다. 이 밖에도 총 13회에 걸쳐 그래미에 노미네이트 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지만 아쉽게도 재즈 부문을 수상하지는 못했다.
비록 재즈 부문을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연주인으로서 척 맨지오니의 위치는 대단한 것이다. 1977년 발표한 'Feels So Good'은 지금까지도 가장 사랑받는 연주음악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고 1980년 미국 뉴욕 주 레이크플래시드에서 열린 제13회 동계올림픽의 주제음악 'Give It All You Got'은 1980년대 팝 팬들을 설레게 했던 '황인용의 영팝스' 시그널 음악으로 사랑받기도 했다. 재즈와 관련해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연주음악이 대접받지 못하는 한국에서 연주만으로 사랑받는 점만으로도 척 맨지오니의 음악은 들을 가치가 있다.
권오성 대중음악평론가 museeros@gmail.com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