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에 합격하면 대부분 '예정대로' 법조인의 길을 걷는다. 판사, 검사로 일하거나 로펌 또는 개인사무실을 내고 변호사로 활동한다. 하지만 10여 년 전부터는 경제계에 진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기업활동이 복잡해지면서 법률가에 대한 수요가 커진 까닭이다.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중원(46) 상무도 그런 케이스다. 1997년 사시 39회에 합격한 그는 사법연수원(29기)을 수료한 후 곧바로 한화그룹에 입사했다. 그룹 내 첫 '변호사 과장'이었다. "고시 공부를 하면서도 공직 진출에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좀 더 자유분방한 분위기에서 전문성을 키우고 싶었거든요. 언론사 시험에도 합격해 기자가 될 뻔하기도 했습니다."
김 상무의 전문 분야는 기업 인수'합병, 국제중재업무다.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가 대표적이다.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와 듀크대 로스쿨에서 기업 M&A, 통상법을 전공한 게 큰 도움이 됐다. 그는 미국 뉴욕주(州)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기도 하다.
"외국기업과 치열하게 협상하는 현장에서 우리의 이익을 확보했을 때는 작게나마 애국했다는 느낌이 들죠. 5년 전 중요 군수물자의 국산화 사업을 위해 해외 선진업체들을 방문했을 당시에는 자신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계약조건을 강요하는 데 맞서 국제적 계약 관행, 해당 국가의 법률 내용을 꼼꼼히 지적해 승부를 뒤집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 기업에서 활약하는 변호사가 더 늘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GE는 1천200명, IBM은 500명의 변호사가 일합니다."
김 상무는 '금테 안경을 쓴 엘리트 변호사'의 차가운 이미지와 달리 다소 과격(?)하기도 하다. 서울대 법대 재학 중에도 유도부에 가입, 도서관보다 체육관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다는 그는 요즘도 짬날 때마다 암벽 등반과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긴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열심히 노력해서 국내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당연히 체력이 뒷받침돼야겠죠. '파우스트'에 나오는 '인간은 투쟁하는 동안 방황한다'는 문구는 지금도 나태해질 때면 항상 떠오르는 글귀입니다."
공무원 출신 목회자였던 부친의 영향으로 독실한 기독교인인 그는 예천에서 태어났다. 대구 달성초교, 중리중, 달성고 및 서울대 법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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