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기자] 약령시서 3대째 한약업 박신호씨

"한약향기 샤워 받으로 오세요"

"한약향기샤워를 아시나요?"

대구 약령시(藥令市)의 한 상인이 약령시의 한 상인이 기존에 없던 특이한 서비스를 개발했다. 입구와 건물 외벽에 한자가 빼곡하게 적혀 있는 중앙한약방(대구 중구 성내동)에서 퍼져 나오는 한약 내음이 온 골목을 뒤덮었다.

3대째 한약업을 하는 박신호 대표는 예전 약령시에 오면 늘 한약냄새가 났던 추억을 살리기 위해 '한약향기샤워'라는 사업을 구상했다. 약 달이는 시간을 공지하고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몸에 좋은 약 기운과 향을 선사하고 있다. 매일 약을 달이고 추출하는 일정을 공개하고, 그 시간에 방문하는 고객에게 한약 향기와 함께 자체 개발한 총명차를 나눠준다. 약령시 얘기도 나누고 무료로 건강상담도 해준다.

박 대표는 "한약향기샤워는 우리들 가슴속에 있는 그리움을 밖으로 끄집어내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어릴 적 시골마을에서 나무 타는 내음, 밥이 익어가는 내음을 맡으면 마음이 편했었다"며 이를 한약으로 연계시킨 것이 바로 '한약향기샤워'라고 말했다.

박 대표 역시 어릴 적부터 이 거리에서 한약냄새와 함께 자랐기 때문에 그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점점 그런 향이 멀게만 느껴지게 되었다. 약령시가 점점 쇠락해가면서 그 정겨웠던 향이 사라지는 것이 못내 아쉬웠기 때문에 이 기억을 되살려보려고 '한약향기샤워'라는 서비스를 개발하게 됐다.

박 대표의 아이디어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고객들에게 한약을 달인 뒤에 나오는 찌꺼기를 비료로 나눠줄 계획도 구상하고 있다. "한약은 드시지 않아도 댁에서 화초는 많이들 키우시잖아요. 집안에서 한약 향을 맡으며 화초를 키우면 한약의 좋은 기운이 널리 퍼지게 되지 않을까요?"

이 한약방의 작은 바람이 과연 어떤 반응으로 나타날지 자못 궁금해졌다. 약령시의 침체된 분위기를 바꿔야 하는데, 그 변화가 조금씩 시작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글'사진 권순해 시민기자 sunhae120900@hanmail.net

멘토:한상갑 기자 arira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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