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향인사] "지금은 축산업 근본적 틀 바꿀 기회" 권찬호 농림수산식품부 축산정책관

최근 송아지 가격 파동을 두고 우리 축산업의 붕괴를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이달 10일 오후 과천에서 만난 권찬호(52) 농림수산식품부 축산정책관은 지금의 상황을 말 그대로 '위기'라고 규정했다. 위험과 기회가 같이 있다는 설명이었다.

"우리 축산업의 경쟁력을 구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1등급 한우를 생산하는 축산농가는 최근 송아지 파동에도 굳건히 살림을 꾸려가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송아지 공급 과잉 상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저급 고기를 생산하는 소부터 먼저 도태시킴으로써 축산업의 근본적인 틀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는 지금과 같은 국민들의 한우사랑이 이어지기만 한다면 정부와 축산농가가 원하는 우리 축산업의 체질개선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또 산지 송아지 가격의 하락과 공급과잉에도 불구, 소비자들이 여전히 비싼 소고기를 사먹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농협 판매점을 활용한 유통과정 개선작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2015년까지 농협 판매망이 전체 축산물 유통의 절반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유통 마진을 적정화해 나간다면 여타 소매업체들도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겁니다."

권 정책관은 아울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과정에서 국내 축산업 피해대책 방안으로 마련된 각종 정책들을 냉철하게 활용, 우리 축산업의 미래비전을 만드는 작업도 병행할 뜻을 밝혔다. 특히 축산농가의 어깨를 짓눌러 온 사료 가격 안정을 위한 방안 마련에 심혈을 기울일 예정이다.

그렇다면 경주 출신인 축산업 정책관이 바라보는 대구'경북 축산업의 현실은 어떨까? "아쉬움이 큽니다. 경북은 소 사육두수가 많은 경주'상주 등이 위치한 지역으로 한국 축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지만 기술력과 브랜드화 측면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 하고 있습니다. 대구'포항'구미 등 풍부한 소비시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도축장 등 축산업 기반시설은 미비한 실정이고요. 축산농가 스스로 제때 신기술을 습득하려는 노력과 함께 경북도청 등 공조직에서도 착실한 뒷받침을 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권 정책관은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경북대 축산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공조직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시행한 개방직 공무원 공개모집에 응모해 지난해 6월 말부터 나랏일을 보고 있다. "정부의 중요한 축산정책 결정 과정에 자문 역할을 하면서도 목마름이 가시지 않았는데 개방직 공모를 통해 직접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돼 어깨가 무겁습니다."

권 정책관은 1959년 경주 남산 아래 위치한 안동 권(權)씨 집성촌, 평동에서 8남매(4남4녀)의 여섯째로 태어났다.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긴 했지만 친인척들이 있어 평동을 자주 찾는다. "천년고도 경주의 유구한 역사를 몸소 체험하며 자란 것이 공직생활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유년시절부터 역사 속에서 사람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적지않았거든요."

권 정책관은 내동초교, 신라중, 문화고, 경북대 낙농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축산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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