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어법이 확 달라졌다. 논란은 확실히 짚고, 매듭은 풀고, 단어는 분명해졌다. 한나라당 사무처 한 고위 당직자는 "사공이 워낙 많아 말도 많고 탈도 많은데 박 위원장이 이제부터 중심을 잡고 교통정리를 잘해나갈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악재가 줄줄이 늘어서 박 위원장이 보다 적극적이고 강공 일변도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분석도 곁들였다.
12일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박 위원장은 '벼랑 끝'이라는 표현을 세 번이나 쓰며 한나라당의 현 상황을 빗댔다.
우선 당 정강'정책에 '보수'를 넣느냐 빼느냐 하는 논란을 "'보수'와 관련한 논쟁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잠재웠다.
다시 불거진 '재창당' 요구에 대해서는 "이미 비대위가 출범하기 전에 의원총회를 통해서 '재창당을 뛰어넘는 수준의 쇄신'이라는 합의를 했다"고 재차 확인했다. 한나라당 틀 내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쇄신을 진행하겠으니 더 이상 재창당 요구는 듣지 않겠다는 뜻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비대위 흔들기'에 대해서도 박 위원장은 "여기 계신 비대위원들은 정치를 하러 오신 분들이 아니라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오직 당을 살리고 정치를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겠다는 생각으로 큰 결정을 내린 분들"이라고 했다. 이날 회의 직후 외부영입 비대위원들은 차기 총선에서 지역구, 비례대표 등에 입후보하지 않겠다고 선언, 박 위원장의 말에 힘을 실었다.
무엇보다 박 위원장이 변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은 이명박 정부를 향해 '반대'라는 표현을 썼기 때문이다. 'MB와는 다를 것'이라는 선 긋기고 정책 단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는 국토해양부가 철도 산업의 서비스 개선과 국가 재정부담 완화를 위해 철도운영 시장을 민간 참여 경쟁체제로 재편한다는 업무계획을 발표한 데 대한 논의가 있었다. 박 위원장은 "국민의 우려와 반대가 크다. (KTX는) 질 높고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니 우려와 반대 입장을 표명하자"는 입장을 표했다. 세종시 수정안 추진, 남부권 신공항 백지화 등의 논란이 일었을 때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 누가 된다"며 분명한 표현을 하지 않은 그가 정부 정책에 대해 자신의 입으로 '반대'를 밝힌 것이다.
박 위원장은 이어 쇄신 속도를 좀 더 높일 것을 주문했다. 그는 "다음 주 중에는 비대위에서 몇 가지 사안에 대한 결론을 내야 한다"며 "정치일정이 상당히 촉박하니 다음 주 월요일(16일)까지 공천기준에 대해서 결과를 내주셨으면 한다"고 못박았다. 이후 "안이 제출되면 의총을 열어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고승덕 의원의 '돈봉투 전당대회' 폭로 이후 사건이 일파만파 퍼지자 돈봉투를 건넨 측으로 지목받고 있는 박희태 국회의장의 거취를 논의하는 의원총회를 17일에 열자는 의견이 제안됐는데도 박 위원장은 반대하지 않았다.
따라서 비대위는 16일까지 정치쇄신분과위에서 공천 기준을 마련한 뒤 17일 비대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를 개최해 난상토론을 벌이게 된다.
친이계에 대한 집단 무력화를 우려하는 친이계 핵심과의 갈등 전선, 일부 쇄신파 등 재창당파와의 긴장관계가 박 위원장의 앞길에 놓인 장애물이라는 지적이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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