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교·가정 무관심 속 '3년 상습 성폭행' 쑥쑥

결손 조손 가정 아이들 돌봄 못받아 피해 키워

경북도내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초교생 성폭행 사건(본지 12일자 4면 보도)과 관련,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모두 가정과 학교로부터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은 3년에 걸쳐 초등학교 안팎에서 발생했으나 관련 학생들은 가정은 물론 학교로부터 적절한 도움이나 선도를 받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들은 조손 가정이나 한 부모 가정으로, 학생들이 고민을 털어놓지도 못해 불미스러운 일이 지속된 결과를 낳았다.

본지 취재진이 이 학교에서 만난 수 명의 학생들의 말을 종합해 볼 때 피해학생의 또래집단에서는 피해 사실이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고, 여학생들이 담임교사와 교장에게 B군이 치마를 걷어 올리거나 기분 나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몇 차례 이야기를 했다는 것. 특히 이 학교에서는 2008년에도 성추행 사건이 발생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해당 교사와 교장은 "이들이 성폭력과 관련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장난 삼아 치마를 걷어 올리는 등의 행동은 교내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들은 "성추행 관련 사건이 발생했고, 그 이후에도 여학생들의 이야기에 좀 더 주의깊게 귀를 기울여 살펴보거나 적절한 생활지도를 병행했더라면 더 이상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한 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실제 성폭력 관련 상담을 해보면 피해 상담자들의 상당수가 담임교사 등과 상담을 해도 피해사실만 널리 알려질 뿐 보호를 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구보건복지협회 대구경북지회 성폭력상담소 윤은희 소장은 "피해자나 그 주변 사람들이 피해상황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을 때 가정이나 학교에서 인지하기 어렵다. 하지만 치마를 걷어 올린다거나 어떤 행동에 불쾌해 했다면 이를 간과하지 않고 유심히 관찰하고 상담 및 예방교육 등을 했더라면 피해가 최소화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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