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학생 수가 32명인 대구 반송초등학교(달성군 옥포면). 1년 전 이맘 때 신입생이 단 한 명에 불과해 폐교가 될 뻔 했던 이곳은 지난해 10여 명이 전학을 오면서 극적으로 폐교 보류 통보를 받았다.
학교를 살린 주인공은 동문과 지역 주민들. 동창회는 학교가 없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반송초교 살리기 위원회'를 결성, 학생 유치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총동창회는 학교 후원을 위해 모금 운동까지 벌였다. 이런 노력에 응답이라도 하듯 반송초교에는 올해 5명의 신입생이 입학한다.
강억균 위원장은 "이 곳에 연고가 있지만 인근 다른 초교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들을 상대로 끈질기게 전학을 유도했다. 화원시내에서 가깝고 과학산업단지로 개발되고 있는 대구테크노폴리스가 지척이어서 학생 수가 계속 늘 것"이라고 기대했다.
재학생 50여 명 규모인 경산의 한 초교는 같은 면(面)의 2개 초교와 학생 유치를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학교 관계자는 "비슷한 지역에 3개 초교가 있다보니 매년 학생 유치와 유출을 막기 위한 신경전이 치열하다. 우리학교 경우 밤 10시까지 자녀들을 돌봐주는 '엄마품 돌봄학교'와 같은 특색 프로그램으로 학생 유치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신입생 예비소집이 초등학교별로 한창인 가운데 폐교 위기에 몰린 소규모 학교들의 학생 유치 노력이 눈물겹다. 학교는 유치원에 초등학교 홍보 전단을 돌리며 방과후교실, 무료 급식 등의 특전을 내세우고, 동창회는 장학금을 내걸고 학생 모으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소규모 학교가 많은 경북의 경우 통폐합 대상이 되는 학생 수 50명 미만의 초'중'고교는 315개(분교장 106개 포함)에 이른다. 2009년 27개, 2010년 15개, 2011년 9개가 사라졌고 3월 14개 학교가 통폐합된다.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 과반수 동의를 받아야 폐교가 가능하지만 대부분 폐교를 반대한다"며 "학교를 살리기 위해 동창회가 나서거나 교육청에 '작은 학교 가꾸기' '전원학교 사업'을 신청해 폐교를 면하려는 곳도 있다"고 했다.
칠곡 왜관읍 낙산초교는 2008년까지만 해도 전교생이 35명에 불과했다. 폐교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동창회는 이듬해 2천만원을 모아 학교 측에 후원금을 전달했다. 학교 측은 2010년 도교육청의 작은 학교 가꾸기 사업을 신청, 2천400여만원 예산을 타냈다. 급식비, 방과후학교 강좌비를 무료로 걸고 늦게 퇴근하는 부모를 위한 '자녀돌봄교실'도 마련했다. 학교의 장점과 사진을 담은 홍보전단을 인근 유치원에 돌리기도 했다.
낙산초교 측은 "이런 적극적인 홍보 덕에 공단 근로자, 귀농가구,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많이 입학했다"며 "올해는 전교생이 70명을 가볍게 넘을 것"이라고 했다.
경주시 안강읍의 사방초교도 우여곡절을 겪었다. 2009년까지만 해도 전교생이 24명(4학급)에 불과했고 실제 학부모들에게 폐교 의견을 묻는 설문지까지 돌렸다. 하지만 학교를 살리자는 의견이 우세했고 모두가 홍보에 집중, 2010년에 6학급을 채웠고 올해는 학생 수가 80명에 가까울 것으로 기대된다.
사방초교 관계자는 "큰 학교는 할 수 없는 다양한 체험교육프로그램을 무기로 전학 문의가 쇄도하는 학교가 됐다"고 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경북 소규모학교 통폐합 추이(자료:경상북도교육청)
연도 총 초교 중학교 고교
2012년(3월) 14개 12개 1개 1개
2011년 9개 8개 1개
2010년 15개 12개 3개
2009년 27개 19개 6개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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