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금품 살포 사건으로 수세에 몰린 한나라당이 고강도 공천 개혁을 예고했다. 4'11 총선이 코앞에 다가오기도 했지만 '돈봉투 판'을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급박한 사정에 따른 판단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공천과 관련한 구체적 원칙과 일정 등을 설 연휴 이전에 확정하기로 했다. 황영철 대변인은 12일 브리핑에서 "17일 비상대책위원들이 참석하는 의원총회를 열어 공천 기준을 논의한 뒤 19일 비대위에서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은 이날 의총에서 지금까지 논의된 모든 내용들을 가감없이 토의한다는 방침이어서 비대위원과 의원들 간 격론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현역 국회의원들을 긴장시키는 '사건'이 발생했다. 외부에서 영입된 비대위원들이 스스로 총선 불출마를 결의하면서 개혁 드라이브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이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정치적 뜻이 없음을 표시하기 위해 지역구든, 비례대표든 출마할 생각이 추호도 없음을 천명하자"고 제안하자 이상돈'이준석'이양희'조동성'조현정 위원이 동의했다. 불출마 결의는 당 일각의 '비대위 흔들기'를 차단하는 동시에 현역 의원들에게 추상같은 잣대를 들이대겠다는 '선전포고'로 해석된다.
여기에 16일부터 시작되는 당원협의회 당무감사도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다. 당 사무처 조직국 직원 50여 명이 동원되는 이번 감사는 전국 245개 모든 당협을 대상으로 이달 말까지 진행된다. 당 관계자는 "해마다 실시하는 감사이지만 공천을 앞둔 시점에 현역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의 성적표를 매긴다는 점에서 당사자들이 받아들이는 위기의식은 훨씬 높을 것"이라며 "감사 결과는 비대위에도 보고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감사에서는 ▷당협의 선거준비 상황 ▷당협위원장들의 지역 관리 실태 ▷현역 의원을 포함한 당협위원장의 평판도 등이 종합적으로 평가된다. 평판도의 경우 언론사 여론조사, 보도 평가, 여론 주도층 면담 평가 등 다양한 평가가 활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비대위는 이날 박근혜 위원장 주재로 열린 전체회의에서 총선 후보자 공천을 위한 경선 과정에서 '돈봉투' 살포와 같은 행위를 한 후보자에 대해 즉각 후보 자격을 박탈키로 결정했다. 또 비대위 산하 정치쇄신분과위는 공천 시 도덕성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당규에 명시된 부적격 기준 외에 성희롱이나 병역 회피, 탈세, 위장전입을 비롯한 부동산 투기 등 국민 정서상 용납될 수 없는 도덕적 문제 등을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소통 능력, 사회봉사 등 각종 공익활동을 평가해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박 위원장은 회의에서 "돈봉투 사건에 대해 수사 의뢰까지 하는 등 단호하게 과거 관행을 끊겠다는 의지를 보였는데, 경선에서 또 불미스런 일이 벌어지면 얼마나 큰 타격이겠느냐"며 "경선 과정에서 돈 봉투와 비슷한 일이 발견되면 후보 자격을 박탈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실천해야 하고, 이것이 강력한 쇄신"이라고 강조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탄핵 반대, 대통령을 지키자"…거리 정치 나선 2030세대 눈길
젊은 보수들, 왜 광장으로 나섰나…전문가 분석은?
민주, '尹 40%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에 "고발 추진"
윤 대통령 지지율 40%에 "자유민주주의자의 염원" JK 김동욱 발언
"尹 영장재집행 막자" 與 의원들 새벽부터 관저 앞 집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