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검찰, 돈봉투 리스트 확보…박 의장 등 여권 줄소환 초읽기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이 터트린 '전당대회 돈봉투 폭탄'에 여권이 초토화되기 직전이다.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박희태 의장 등 고위 인사의 소환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13일, 당시 박희태 후보 측 안병용 당협위원장이 돈을 전달하기 위해 만든 당협 간부들의 명단을 확보, 구체적인 금품 살포 경위를 조사 중이다. 또 국회의장 전 비서인 고명진 씨에 이어 캠프에서 재정'조직 등을 맡았던 관계자들을 소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은 앞서 12일 안 위원장에게서 돈을 건네받은 구의원 4명을 소환해 금품수수 경위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안 위원장은 서울 여의도의 박희태 후보 캠프 사무실 아래층 방에서 구의원 5명에게 2천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당시 안 위원장이 2천만원을 건네면서 한나라당 당협위원장의 이름이 적힌 명단을 구의원들에게 보여줬으며 특정 위원장들에게 돈을 전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안 씨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대로 구속영장 청구를 포함해 사법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은 이날 국회의사당 본관 7층에 있는 국회 사무처 기획조정실을 압수수색해 고명진 씨의 2008년부터 최근까지 이메일 내용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메일 내용 분석을 토대로 돈봉투 전달을 지시한 '윗선'을 파악할 계획이다.

사면초가에 몰린 박희태 의장에 대한 검찰의 칼날도 날카로워지고 있다. 검찰은 박 의장이 오는 18일 귀국하면 설 연휴 이전에 소환,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박 의장이 수사 착수 직후 고 씨와 국제전화로 여러 차례 통화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고 씨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확인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내부 분위기도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13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박희태 의장이 장기간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순방외교가 끝나는 대로 속히 귀국해 적절한 대응을 해줄 것을 바라마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여권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2008년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후보를 밀었던 친이계는 이번 사건의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친이 일각에선 '현 정부 실세 용퇴론' 등 인적쇄신 논란 와중에 불거진 이번 사건의 배경에 다른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하고 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