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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잦은 원전 고장, 과연 안전에 문제 없나

경주 월성원전 1호기가 12일 냉각재 펌프 고장으로 인해 가동이 중단됐다. 방사능 유출 등 안전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게 발전소 측의 해명이지만 지난해 12월 울진원전과 고리원전 고장에 이어 한 달 새 세 번째 고장을 일으키면서 원전을 보는 국민의 시선이 따갑다. 국내 전체 전력 공급의 25%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원전이 이처럼 잦은 고장으로 인해 전력 수급에 대한 불안감마저 키우고 있다.

무엇보다 월성원전 1호기는 오는 11월이면 설계 수명 30년이 끝나는 노후 원전이다. 경주 시민들과 환경단체의 반대를 무릅쓰고 10년 연장 가동을 위해 5천억 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낡은 부품을 대대적으로 교체하고 재가동한 지 이제 6개월이다. 이번 1호기 고장과 가동 중단에 대해 시민의 우려와 불안감이 큰 것도 방사능 유출과 같은 안전사고로 연결되지나 않을까 염려하기 때문이다.

국내 원자력발전소 21기 중 9기가 이미 20년 이상 된 시설이다. 전체 원전의 40%가량이 노후한 시설이라면 당연히 국민의 걱정이 커지고 경계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낡고 오래된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운전자의 불안한 심정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설비가 노후화될수록 예측할 수 없는 고장을 불러오고 최악의 경우 치명적인 사고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 단순 기기 오작동으로 인한 고장을 설비 노후화와 직접 연관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원전 고장이 잦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그럼에도 정부와 원전 측은 설비 개선을 통해 수명을 연장한 외국의 원전 사례를 들어 안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100% 안전하다고 과연 누가 자신 있게 장담할 수 있는가. 안전성 논란을 불식시키고 원전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원전 측은 비상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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