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2008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결국 친이, 친박간 계파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정국 현안에 침묵을 지키던 친이계 수장, 이재오 의원이 13일 "(이번 돈봉투 사건은) 이재오와 이명박 정부를 잡으려는 음모"라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친박계가 이에 대해 "계파싸움으로 몰고가려는 물타기"라고 반박하면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이 의원의 반발 강도가 전에 없이 강하다는 점에서, '돈봉투 사건' 전개에 대한 친이계의 불만이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당하다며 총선 전 여권의 분열 가능성마저 있는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지역구(은평을) 바로 옆(은평갑) 지역의 당원협의회를 맡고 있는 안병용 위원장이 돈봉투 사건으로 검찰조사를 받은 것과 관련, 한나라당과 검찰 주변에서 안 위원장을 '친이계 핵심 이재오의 누구'라고 하는 것이 "이재오를 잡으려는 음모이자 여론몰이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2일 뉴스를 보니 한 술 더 떠 '이재오 의원도 곧 소환하겠다'고 하는데,이 정도 되면 본말이 박희태 돈봉투 사건 진상조사가 아니라 친이계 수장으로 알려진 이재오 잡기 정치공세"라면서 "그 뒤에는 당연히 이명박 정부 이야기가 나올 것이고, 결국 총선을 앞두고 이명박 정부를 잡으려는 악의적 구도"라고 거듭 주장했다.
자신은 지난 2008년 18대 4월 총선 패배 직후 미국으로 떠나 그해 7월 3일 열린 전당대회에 일절 관여할 수 없는 처지였는데도 마치 연루된 것처럼 의혹이 제기되는데 대한 의구심을 제기한 것이다.
안병용 위원장은 아예 '특정세력의 이재오 죽이기 전초전'이라며 '특정세력의 음해'를 주장했다. 그 배후에 친박계인 전직 은평갑 당협위원장이 있다는 것이었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4'11 총선 은평갑 공천을 놓고 친이계인 안 위원장과 친박계 인사의 경쟁이 과열돼 빚어진 사태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한 친이계 의원은 "비대위나 친박 차원에서 그림을 그린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친박계 인사들이 돈 봉투 사건 자체를 '잘됐다'고 보고 있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이 같은 친이계의 의구심에 친박계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일축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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