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뷰通] 변리사 자격시험 수석 합격 조정희 씨

'무덤덤한' 공부…민얼굴의 아가씨…유명 로펌 변리사 되다

"무덤덤하게 공부하면 다 돼요." 개그콘서트 사마귀유치원의 '일수꾼' 캐릭터의 말투처럼 스트레스를 거의 받지 않고 공부했다고 말하는 조정희 씨.
"전 화장할 줄도 몰라요"라고 수줍게 말하는 변리사 자격시험 수석 합격자 조정희 씨.

'한 끝발 차이인데 그래도 수석은 수석!'

'수석 합격.' 그리 쉽게 느껴지지 않았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도 따라야 할 것이다. 남다른 점이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가득했다.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0.1∼0.9점 차이로 수석과 차석이 정해지기도 한다.

최근 지역에 수석 합격자 소식이 잇따랐다. 지난해 말 발표된 사법시험과 변리사시험의 수석 합격자가 경북대 학생과 포스텍 대학원 졸업생이라는 낭보가 울린 것. 사법시험 수석 합격자인 김수민(25) 씨는 다음 달 경북대를 졸업할 예정이며, 변리사시험 수석 합격자 조정희(28) 씨는 포스텍 학사'석사를 졸업하고 2년 만에 수석의 영광을 안았다.

수소문 끝에 두 여성 수석 합격자의 연락처를 알아내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김수민 씨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직접 만날 수가 없었으며, 조정희 씨는 부친(조녹현 영천시 기업유치단장)의 중재에 힘입어 연수 중인 한양대에 찾아가서 만날 수 있었다. 점심식사 시간까지 2시간여 동안 수석 합격의 비결과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던져줄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를 찾는 데 골몰했다.

◆'무덤덤함'이라는 큰 무기

조정희 씨는 밝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여성이지만 성격은 한없이 무덤덤했다. 쉽사리 화를 내지도 않거니와 무슨 일이 발생하면 별로 큰 일이 아니라는 마음으로 사태파악을 정확히 하는 편이다. 그는 먼저 취업난에 허덕이는 젊은이들에게 "개인은 물론 국가적인 차원에서 큰 문제이지만, 상심하지 말고 자신을 믿고 주어진 길에 대한 확신을 갖고 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성격 덕분에 변리사 시험에도 남들보다 빨리 합격할 수 있었고, 운이 좋게도 수석이라는 기쁨을 차지하게 됐다. 그는 경북 영천에서 줄곧 초'중'고교(영천 중앙초교-영천여중'고)를 다녔고, 포스텍 신소재공학과에 입학해 석사까지 마쳤다. 그리고 연구원이나 과학자, 교수로서의 길이 아닌 변리사의 길을 택했고, 이내 서울 신림동과 노량진으로 옮겨 시험 준비를 했다.

문은 의외로 쉽게 활짝 열렸다. 2009년 3월 변리사 공부를 시작해 2010년 2월 1차 시험에 합격했으나 그 해에 2차 시험에 떨어지고 다음해에 합격한 것이다. 한 차례의 낙방 경험을 했지만 불안함이나 주저함, 자신에 대한 불신은 단 한순간도 없었다고 한다. 하루 일과도 단순했다. 오전 8시부터 독서실에서 전공 선택과목 공부를 하고, 점심식사 후 1시 30분부터 '3법'(특허법'상표법'민사소송법) 공부를 했다. 그리고 저녁식사 후에는 모의고사 형식의 시험을 치르고 직접 채점했다. 오후 10시 30분이나 11시쯤 공부를 끝내고 취침. 지루한 일상이었지만 흔들림이 없었다. 그렇게 보낸 2년의 결과물은 수석합격이었다.

공부의 비결을 물었다. 조 씨는 "굳이 합격 비결이라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티 안 내고 하나라도 착실히 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말은 누구나 할 수도 있지만, 인생을 살아가는데 긍정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다. 그는 "공부할 때 클래식, 대중가요 등 음악도 많이 들었고 가끔 좋은 영화도 즐겼다"고 말했다.

과목별 점수로 본 합격 비결은 또 달랐다. 그는 포스텍 신소재공학과라는 이공계 출신답게 선택과목인 열역학에서 압도적인 점수를 받았다. 3법 중 특허법은 60점대 후반, 상표법은 50점대 초반(합격자 중 30명 정도만 50점 이상), 민사소송법은 60점대 중반으로 3과목 모두 상위권 점수를 얻었다. 이에 더해 열역학 과목은 전공선택인 만큼 다소 실수를 감안해도 86점이나 받아 수석합격의 밑거름이 됐다.

◆총여학생회 부회장 출신, 이젠 김&장 변리사

조정희 씨의 다소 의외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학창 시절 반장을 한 경험도 많았으며 학급에서 1등을 놓치지 않았다. 포스텍에 입학한 뒤에는 총여학생회 부회장직을 맡아 여학생들의 권익신장에 앞장서기도 했다. 남녀 차별적인 일들이 벌어졌을 때는 결코 흥분하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대책이나 조치를 확실하게 하는 편이었다고 한다. 부드러움 속의 단호함이 느껴졌다.

의외의 모습은 또 있었다. 화장을 거의 하지 않은 얼굴이었다. 그럼에도 '자체 발광' 얼굴의 소유자였다. 조 씨는 "저는 화장을 거의 하지 않으며, 잘 할 줄도 모릅니다. 오늘도 거의 민얼굴에 가깝죠? 앞으론 조금 변신을 시도할 필요는 있겠지요?"라고 환하게 웃었다.

무덤덤했지만 오래 만난 남자친구도 있음을 넌지시 알려줬다. 그는 "제가 무덤덤한 편이라 남자친구가 웬만한 이벤트를 해도 별로 감흥이 없는 편이지만 그래도 이벤트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래 계획을 물어봤다. 조 씨는 이미 국내 유명 로펌인 김&장 특허팀 변리사로 스카우트됐다. 변리사 연수가 끝나는 대로 억대 연봉의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가 된다. 돈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돈이 내 인생의 1순위는 절대 될 수 없고요. 제 일을 사랑하며 살고 싶을 뿐입니다."

조 씨는 해외경험도 많지 않았다. 대학교 학생회 활동 시절에 미국 IVY리그 대학인 하버드대, MIT, 프린스턴, 시카고대 등을 탐방하고 돌아오는 프로젝트에 참가한 것 이외에는 외국을 다녀본 경험이 많이 없다. 그는 향후 계획에 대해 "변리사라는 직업에 대해 많이 애착을 갖고 있고, 앞으로도 열정적으로 일할 것"이라며 "이젠 변리사로서 사회 첫발을 내디딘 만큼 해외에서 공부할 기회가 생긴다면 유학도 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장기훈 프리랜서 zkhaniel@hotma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