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6명이 가난의 원인이 사회구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국민 2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조사에서 응답자의 58.2%가 이렇게 답했다. 반면 개인 문제 때문이라는 응답은 41.8%에 그쳤다. 패자 부활이 용납되지 않는 승자 독식 사회의 어두운 자화상이다.
가난을 사회 탓으로 돌리는 경향은 젊은 층일수록 더했다. 20대는 64.8%, 40대는 67.2%였으며 30대는 무려 70.2%나 됐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아무리 노력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절망감과 분노가 확산 일로에 있다는 것이다. 이는 통계청의 '2011년 사회통계조사 결과'에서도 잘 확인되고 있다. 일생 동안 노력한다면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가구주의 비율은 28.8%로 2년 전 조사(35.7%)보다 줄었다. 반면 가능성이 낮다는 비율은 48.1%에서 58.7%로 늘었다.
이는 심각한 문제다. 한 사회의 발전과 건강성을 가늠하는 척도의 하나는 계층 이동의 유연성, 곧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시스템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15위권의 경제강국이 된 것도 이런 시스템이 잘 작동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그 같은 '노력-보상' 시스템은 심각한 기능 부전 증세를 보이고 있다. 노력해도 안 될 때 남는 것은 분노뿐이다. 이는 계층 간 갈등과 증오로 발전하면서 사회를 갈가리 찢어놓는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그런 분노가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는 중이다.
물론 가난이 전적으로 사회 책임일 수는 없다. 어느 사회든 곤경을 딛고 부를 일궈낸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그런 사람이 점점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빈부 격차와 중산층 축소는 결국 한국 사회의 빈곤이 개인의 문제보다는 시스템에 더 큰 원인이 있음을 말해준다. 시스템이 계층 이동을 막고 있다면 노력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기회는 적을 수밖에 없다.
이제 해답은 분명하다. 승자 독식과 부의 대물림을 깨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에 미래는 없다. 답을 알고도 처방을 내놓지 못한다면 그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이다. 사회를 향해 쌓여가는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지금은 힘들어도 내일은 밝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어야 한다. 정부가 할 일은 패자들이 그런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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