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고졸 지점장 급감…'빅4'에선 50% 선 붕괴
"주판 못 다룬다고 고졸 선배들한테 혼나고 중학생들 다니는 주산학원 다녔어요. 그땐 거의 다 고졸 선배들이었는데 요즘은 거의 대졸 행원들이니 격세지감 느끼죠"
1991년 입행해 시중은행에서 부장(지점장)급으로 일하는 한 대졸 행원의 이야기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일반 영업점에서는 고졸 행원들이 절대다수였다. 1980년대까지 유수의 상업 고교 출신들이 은행권 일자리를 휩쓸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980년대 후반까지는 신입행원 가운데 고졸이 거의 80%였다"고 회고했다.
이후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고 은행 취업 희망자가 급증, 1990년대 초부터 대졸 행원들이 은행권에 본격적으로 밀려들었다. 당시 입행한 세대들은 현재 '은행원의 꽃'이라 불리는 영업점 지점장급을 형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은행 지점장직을 이제는 대졸과 고졸이 양분할 정도로 고졸의 약세가 뚜렷하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 우리, 하나, 신한 등 시중 4대 은행 지점장 3천300여명 중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입행한 지점장은 약 49.3%다. 전체의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대졸 채용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2000년대부터는 채용 판도가 대졸 중심으로 바뀐 점을 고려하면 영업점에서 고졸 행원 찾기는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서 지난해 고졸 채용 바람이 불었지만 전체 신입행원 중 고졸이 차지하는 비율은 높지 않다. 고졸 우대 분위기가 언제까지 지속할지도 장담할 수 없다.
실제로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채용인원 3천562명 가운데 고졸은 474명으로 13.3%였으나 올해는 이들 은행이 채용을 목표로 한 3천550명 중 고졸 인원은 10.5%다.
시중은행 인사담당자들은 고졸 행원들의 설 자리가 좁아진 이유로 바늘구멍이 된 은행 취업문과 학력 인플레를 꼽았다. 금융고시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은행권에 대한 인기가 높아진 것도 다른 이유다.
한 시중은행 인사담당자는 "창구 텔러행원 공채에 석·박사는 물론 미국 공인회계사(AICPA) 자격증이 있는 사람도 지원한다. 고졸 행원들이 할 수 있는 업무가 있지만 정작 이 친구들(고졸 행원)이 설 자리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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