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치명적 외교실수, 아르투르 치머만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1차대전에 미국이 참전하지 않았다면 독일은 그렇게 허망하게 항복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국을 적으로 만든 것은 독일 외무부의 전문 하나였다. 1917년 오늘 독일 외무장관 아르투르 치머만(1864~1940)이 주(駐)멕시코 독일대사에게 보낸 이른바 '치머만 전문'이다.

내용은 멕시코가 독일 동맹국으로 참전하면 재정 지원과 함께 미국에 빼앗긴 텍사스, 뉴멕시코, 애리조나를 되찾아 주겠다고 멕시코에 제안하라는 것. 그러나 이 전문은 영국 정보부에 포착됐고 영국은 곧바로 미국에 이를 건넸다. 필사적인 승부수였지만 암호가 해독되는지도 몰랐던 정보 무능이 부른 화(禍)였다. 멕시코도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해 독일의 제안을 거부했다. 독일 최초의 평민 출신 외무장관으로 화려하게 입신했지만 이 치명적인 외교 실수로 불명예 퇴진했다. 하지만 러시아 공작에서는 대성공을 거뒀다. 러시아 2월 혁명이 터지자 레닌에게 '봉인(封印)열차'를 제공, 망명지 스위스에서 러시아로 들여보낸 것이다. 서부전선에 전력을 집중하기 위해 동부전선의 러시아를 '혁명화'하려는 목적이었다. 이 공작은 10월 혁명의 발발로 목표를 100% 달성했다. 치머만은 러시아 혁명에 큰 공헌을 한 셈이다.

정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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