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는 이렇게 기업을 키웠다] <4>호식이 두 마리 치킨 최호식 대표

닭값 폭등 때도 손해보면서 가맹점에 닭 공급 "의리가 성공 비결"

최호식 대표는 의리를 경영철학으로 호식이 두 마리 치킨을 전국 500여 개 가맹점을 보유한 전국적인 프랜차이즈로 성장시켰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최호식 대표는 의리를 경영철학으로 호식이 두 마리 치킨을 전국 500여 개 가맹점을 보유한 전국적인 프랜차이즈로 성장시켰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호식이 두 마리 치킨은 처음부터 끝까지 의리로 일으킨 회사입니다."

성공한 회사를 일으킨 경영철학은 CEO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호식이 두 마리 치킨 최호식(59) 대표의 경영철학은 '의리'다. 거래처와 가맹점, 고객 그리고 고향인 대구까지 그는 의리를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고 있다.

최 대표의 의리는 결국 호식이 두 마리 치킨을 전국 500여 개의 체인망을 가진 치킨 프랜차이즈로 만들었다.

◆반복해서 떠오른 아이디어가 사업 아이템으로

호식이 두 마리 치킨이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 최 대표와 치킨의 연결고리는 거의 없었다. 집에서 가족들과 치킨을 시켜먹는 정도였다. 부인과 2명의 자녀, 가족 4명이 치킨을 먹을 때면 최 대표는 항상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치킨 한 마리는 4명이 먹기엔 부족했고, 가족들이 모두 좋아하는 닭다리도 2개뿐이었기 때문이다. "두 마리는 가격이 부담돼서 한 마리 가격에 두 마리를 준다면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스쳤죠."

반복된 아이디어를 행동으로 옮긴 건 1998년. 최 대표는 아이디어로만 존재하던 두 마리 치킨이 가능할지 생닭 가격을 알아봤고, 사업성이 있다는 결론을 냈다. 하지만 최 대표는 치킨사업에 대해서 전혀 경험이 없었고 그때부터 닭 튀기는 법부터 시작해서 소스 만드는 법까지 발로 뛰어다니며 하나씩 배우기 시작했다.

치킨 사업을 준비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최 대표의 실패를 점쳤다. 한 마리 가격에 두 마리를 판다는 것이 당시 외식업계의 상식으로는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업계 사람들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도 미친놈 소리를 들었죠. 하지만 1년간 준비를 하면서 오히려 확신이 생겼습니다. 가맹점 모집을 시작하기만 하면 업주들이나 소비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일 거라는 확신요"

◆호랑이 꿈과 함께 끝난 1년간의 슬럼프

1999년 1월 호식이 두 마리 치킨이 외식업계에 발을 내디뎠다. 최 대표의 확신은 빗나갔다. 확실한 사업아이템이라고 생각하고 여러 매체에 광고를 하는 등 홍보활동을 펼쳤지만 계약을 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상담을 받으러 와서는 아주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다음 날 계약하러 오겠다는 사람이 갑자기 연락이 끊기는 일도 몇 번이나 있었습니다. 그런 일을 겪고 나면 정말 기운이 빠지죠"

계약자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은 오래 지속됐다. 1년이 넘도록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타나지 않자 가족들부터 지쳐갔다. 최 대표는 "아내가 지금이라도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아보자고 설득했다"며 "벌어오는 돈 없이 모아둔 돈만 까먹고 있으니 답답했던 모양"이라며 웃었다.

그러던 어느 날 최 대표의 아들이 호랑이 꿈을 꿨다. 아들은 길몽인 것 같다며 최 대표에게 꿈 얘기를 했고 신기하게도 꿈을 꾼 바로 다음 날 첫 계약자가 나타났다. 그 다음 날에도 추가로 가맹점을 내겠다는 사람이 나타났고, 일주일간 연달아 계약이 성사되면서 호식이 두 마리 치킨이 첫발을 내디뎠다.

"지금 와서 1년간 계약자가 없었다니깐 짧게 느껴지지만 당시에는 절망적이어서 호랑이 꿈이 그렇게 반갑더군요. 지금도 본사 입구에 호랑이 조각을 세워두고 방에 호랑이 그림을 걸어두고 있을 만큼 각별하게 느껴집니다."

◆의리로 쌓은 신뢰, 위기도 의리로 타파!

1년 고생 끝에 호식이 두 마리 치킨은 외식업계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치킨 한 마리 가격이었던 만원에 두 마리를 먹을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 입소문을 탄 것이다.

가맹점을 내겠다는 사람들도 줄을 이었고, 한 달에 20여 개의 신규 점포가 문을 열었다.

최 대표는 사업 성공의 비결로 '의리'를 꼽는다. 대표적으로 납품업체와의 의리다. 호식이 두 마리 치킨에 생닭이나 기타 부자재를 납품하는 업체들은 창업 이후 거의 바뀌지 않았다. 최 대표가 강조하는 의리 때문이다. 닭고기의 경우 창업 이래로'하림'에서만 공급받고 있다.

납품업체와의 의리는 가맹점, 소비자와의 의리로 이어진다. 납품업체가 오랫동안 거래하면서 좋은 품질로 보답하고, 호식이 두 마리 치킨은 가맹점과 소비자에게 약속한 품질에 대한 의리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다른 외식업계도 마찬가지지만 치킨 사업도 재료비가 상승하면 업계 전체가 휘청거린다. 호식이 두 마리 치킨도 창업 5년여 만에 그런 위기가 찾아왔다. 사료 가격 폭등으로 생닭 가격이 급격히 오른 것이다. 마리당 몇 백원씩 닭 가격이 올라가자 본사에서도 가맹점에 공급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 대표는 손해를 감수하고 가맹점에 공급하는 닭 가격을 올리지 않았고 점주들은 닭 가격이 올라가도 마음 놓고 가게를 운영할 수 있었다.

"우리 회사가 지금의 위치까지 온 건 의리 때문입니다. 납품업체, 가맹점, 소비자와의 의리가 선순환이 이뤄 호식이 두 마리 치킨의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 낸 겁니다"

최 대표는 2012년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큰 목표를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가맹점 1천 개와 함께 중국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제가 사업을 하는 한 대구 본사를 거점으로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갈 생각입니다. 향토기업으로서 대구, 대구시민과의 의리도 잊지 않겠습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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