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시는 곳 자치재정은 건전한가요?' 얼마나 많은 분들이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감사원은 '지방재정 건전성 진단'점검'결과를 발표하며 몇몇 단체장과 공무원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한다. 인천광역시를 비롯해 화성시, 천안시, 성남시 등 일부 자치단체가 분식회계를 통해 방만한 재정운영과 이에 따른 재정적자를 은폐해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치단체의 재정운영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았지만 과시형 축제나 선심성 공약사업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불법 비자금을 만들기 위해 재벌기업들이 애용하던 분식회계가 의회에 의한 민주적 통제장치가 있는 자치단체 살림에까지 등장했다는 것은 충격이다. 왜 자치재정이 이 지경이 되었을까?
구체적인 원인이야 단체마다 다르겠지만 최근 지방재정이 급속하게 긴장상태에 빠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체장의 무리한 공약사업 추진이 변칙적 재정운용을 초래했음이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원인이다. 따라서 왜 지방재정이 긴장상태에 놓여 있는가를 파악한 다음 단체장의 방만한 재정운용을 제어하지 못하는 이유를 밝혀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지방재정은 지방자치가 부활되기 전이나 부활된 이후나 구조적인 특징은 별로 변한 것이 없다. 즉 정부재정수입의 원천인 조세는 국세중심인데 정부 재정지출은 지방의 몫이 지속적으로 커져왔다. 예컨대 국민이 납부하는 세금의 80%는 국세이고 지방세는 불과 20%에 불과하지만 국민이 낸 세금의 60%는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자치단체가 사용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하는 일은 꾸준히 증가하는데 그것을 위한 수입은 주로 중앙정부에 의존하고 있는 집권구조가 강고하다.
이러한 강력한 집권체제 하에서 중앙정부의 정책은 곧바로 지방재정에 영향을 미친다. 즉 2008년부터 실시된 이명박정부의 감세정책과 4대강 관련사업을 비롯한 재정 조기집행이 지방재정을 긴장상태에 빠뜨린 직접적 원인이다. 예컨대 소득세와 법인세의 감세는 그 감세액의 10%에 해당하는 지방소득세(주민세 소득할)의 감소를 가져왔고, 약 40%의 지방교부세'지방교육교부금의 감소를 가져왔다. 쉽게 말해 중앙정부의 감세정책으로 10조원의 국세가 줄어들면 지방재정의 세입은 5조원이 줄어들게 된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침체가 가중되면서 재산세와 취득'등록세의 세수가 급감했다. 그 결과 비교적 재정여건이 양호했던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단체들마저 재정위기를 염려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지난날 감세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부자감세론에 머물면서 실질적으로 그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것은 지방 특히 비수도권의 자치재정이었다는 사실은 간과되어 온 것이다. 게다가 복지제도의 확대를 비롯한 국고보조사업이 계속 증가하면서 의무적으로 지방에서 부담해야 하는 재원(지방비부담)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의 기초자치단체는 자체수입(지방세와 세외수입)마저 국가사업에 충당해야 되는 상황 하에서 지방의 필요에 따른 지출은 아예 엄두도 낼 수 없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할 일과 지방이 걷을 수 있는 세금을 중앙정부가 제도적으로 통제하면서 행정과 재정의 집행은 단체장에게 맡기는 구조 하에서는 지방재정이 긴장상태에 빠져도 시민들이 대응할 방법은 별로 없다. 물론 선출직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다음 선거를 위해 무리한 공약을 내걸고 또 당선되면 이를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자치재정이 방만해지거나 파행적으로 집행되는 예도 없지 않다. 그러나 선출직의 행태보다도 더 근본적인 문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행정'재정관계가 여전히 중앙집권적이라는 제도적 특성에서 비롯된다.
분식회계실태를 보면서 혀를 차는 냉소적 자세보다는 자치재정의 제도적 구조적 문제를 파헤치고 이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려는 노력이 없으면 지방재정의 건전한 운용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지난 10년간 시민사회와 재정전문가들이 제안해온 실질적 재정분권, 즉 지방에 부여된 세출권한에 걸맞게 국세의 기간세원(소득과 소비)의 일부를 지방세로 이양하고, 지방재정의 집행과정에 시민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이재은/경기대 부총장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