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두 문을 동시에 통과할 수 있을까? 떨어진 두 장소에 50%씩 나누어서 존재할 수 있을까? 물론 이런 일은 우리의 경험상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미시적인 세계를 다루는 양자물리학은 우리의 상식과는 매우 다른 세계를 열어준다. 양자물리학이 열어주는 세계에서 미시적 입자들은 두 문을 동시에 통과하고 떨어진 두 장소에 동시에 존재하기도 하는 듯한 불가사의한 효과를 일으킨다.
이러한 양자 효과들은 미시적인 세계에서는 매우 일반적이다. 하지만 우리가 경험하는 거시적 규모의 세계에서는 좀처럼 체험할 수 없는 일이다. 미시적인 세계에서 일어나는 양자 현상들을 거시적인 세계로 이끌어낼 수 있다면 어떨까? 그것은 과학적으로 지극히 흥미로운 일일 뿐 아니라 정보기술의 발전에 혁명적 영향을 미쳐 우리의 실생활에도 상당한 변혁을 가져오게 된다.
한 예로 양자물리학의 원리를 정보처리에 이용한 양자컴퓨터가 현실화된다면 어떻게 될까? 고전 컴퓨터가 수십억 년이 걸려도 풀 수 없는 소인수분해 문제를 단 20분 내에 풀 수 있는 기적적인 능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양자 효과를 거시적 세계에까지 이끌어내고 이를 효율적으로 제어하고자 하는 과학자들의 노력이 성공을 거둔다면 가히 '양자 혁명'이라고 불릴 수 있는 과학기술의 변혁을 가져오게 될 것이 분명하다.
거시양자제어연구단을 설립한 것도 이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다. 연구단은 주로 지극히 작은 규모의 '미시 세계'에서만 제어가 가능한 양자물리학의 기묘한 현상들을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거시 세계'에서 관측하고 제어하는 방법을 발전시키려고 한다. 뜻대로 된다면 자연에 대한 인류의 이해를 진보시키고 장기적으로 미래 정보 기술의 혁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이론을 발표했다. 독극물이 들어갈 통로와 연결된 밀폐된 상자 속 고양이의 생존 여부를 이용하여 양자역학의 원리를 설명한 것이다. 즉, 고양이의 생존 여부는 그 상자를 열어 관찰하는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관측행위가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다. 슈뢰딩거가 제안한 이 실험은 우연적으로 일어나는 미시적인 사건이 거시적 세계에 영향을 미칠 때 어떻게 되는가를 보여준다.
연구단이 추구하는 거시적 양자제어 이론과 관련 기술이 확보된다면 마치 슈뢰딩거가 제안했던 '죽어 있는 상태와 살아 있는 상태가 동시에 중첩된 상태의 고양이'와 같은 거시적 양자 중첩 상태의 구현 및 효율적 제어가 상당 부분 가능해진다. 이러한 제어 방법의 발전은 양자물리학을 거시적으로 검증해내고 미시 세계와 거시 세계의 통합적 이해의 틀을 제공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그동안 연구단은 거시적 양자 효과의 구현과 이를 이용한 양자물리학의 근본적 검증 및 양자 정보기술의 구현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왔다. 프랑스 실험 그룹과 공동 연구를 통하여 빛의 슈뢰딩거 고양이 상태를 세계 최초로 구현하면서 발표한 2007년 네이처 논문은 빛을 이용한 거시 양자제어의 가능성을 열었다. 이 논문을 통하여 빛을 이용한 거시적 양자 중첩 상태의 초기 단계 구현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양자 컴퓨터 등의 실현을 위해 필요한 높은 정확도와 큰 규모의 거시 중첩 상태를 만들어 내고 제어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으며 이를 위한 연구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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