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인쉼터 '사랑을 나누는 집' 운영 김태억 씨

"그늘진 이웃에 따뜻한 밥 한 끼는 삶의 용기를"

"어르신들께 제공하는 쉼터와 점심이 어르신들의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

대구 동구 안심1동에서 20년간 노인 쉼터인'사랑을 나누는 집'을 열고 있는 김태억(61) 씨. 그는 안심1동 지역에서 어려운 이웃을 내가족처럼 돌보는 마음씨 착한 식당 아저씨로 통한다.

지금은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 부근에 150㎡ 규모의 쉼터를 열어 매주 금요일 홀몸노인이나 장애인 어르신 150여 명에게 따뜻한 점심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제가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 오랫동안 도시락 전달을 했어요. 그런데 어르신이 집에 가만히 계시면 건강에 도움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어르신들 운동도 시키고 건강을 지켜주기 위해 쉼터를 열게 되었죠."

무료급식을 하는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낮 12시 배식 전까지는 재능기부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해 음악연주나 웃음치료, 기(氣)치료 등으로 어르신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 밥짓기와 반찬 만들기를 비롯해 배식봉사는 김 씨가 조직한 나누리봉사단원들이 돕고 있다. 장소 제공과 음식 재료비 일체는 김 씨가 부담하는데 한 달에 150만원 이상 소요된다.

"쉼터에 나오는 어르신들의 고민거리를 상담하는 일도 저의 몫이죠. 건강이 나쁘면 병원에 데려주고 홀로 거주하기 힘들면 복지시설에 입소할 수 있도록 연계도 해주죠."

그는 복지시설에 못 가거나 기초수급 대상자 지정이 어려운 어르신 2명을 한때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 방에 모시기까지 했다.

이 밖에도 그는 매주 일요일 동대구역 무료급식소에서 노숙자나 노점상 등 300여 명에게 저녁밥을 제공하고 있다. 벌써 12년째다. 무료급식은 나누리봉사단원과 함께 음식을 만들어 보온국통과 보온밥통에 담아 동대구역으로 이동해 배식하고 있다. 매회 무료급식 비용 40여만원도 그가 부담하고 있다.

"명절이 오면 동대구 무료급식 때 차례상도 함께 차려주죠. 고향에 못 가는 노숙자 등에게 막걸리 한잔을 조상께 올릴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서죠."

그는 장애인들을 돕기 위한 자활센터도 8년째 운영하고 있다. 독지가가 장소를 제공해줘 마련된 장애인자활센터에는 현재 장애인 10여 명이 행복하게 일을 하고 있다. 그는 결혼이주여성들의 사회 정착을 돕기 위해 다문화가정 친부모맺기 사업도 하고 있다. 그는 다문화가정 딸을 양딸로 삼고 있고 다른 사람에게도 친부모맺기를 주선해주고 있다.

"대구 동구지역 20개동 전체 영세민의 30%가 안심1동에 밀집해 있어요. 노약자, 장애인들도 많아 주위 이웃들의 보살핌이 꼭 필요합니다."

그는 안심지역에서 20년 넘게 기름판매소를 운영하기도 했다. 기름 배달을 하면서 힘겨운 이웃들을 볼 때마다 마음 아파 기름을 무료로 제공한 적도 수없이 많다. 또 소외 이웃에게 사랑의 도시락도 20년 넘게 전달하고 있다. 무료급식 이전에는 매일 30여 명에게 도시락을 전달해왔고 지금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등 10여 명에게도 금요일에 도시락을 싸서 전달하고 있다.

"거창한 복지보다는 작지만 순수한 영혼으로 그늘진 이웃을 보살피고 싶어요. 장애인이나 다문화가정의 삶을 보듬는 데 많은 관심을 가질 거예요."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그는 이웃 사랑을 실천해 2000년 자랑스런 동구민상, 2003년 한국을 빛낸 사람, 2009년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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