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갤러리에서] 이쾌대의 '푸른 두루마기 입은 자화상'

모필을 쥔 강한 팔뚝, 작가의 강렬한 자의식 물씬

이쾌대(1913~1965)의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자화상은 총 4점이다. 그중 '푸른 두루마기 입은 자화상'(1948)은 작가의 대표작으로 따스한 봄날 시골 들녘과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봄바람에 도포 자락을 휘날리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화가에게 자화상은 자신에 대한 성찰과 자의식을 드러내는 작업이며, 이쾌대의 '푸른 두루마기 입은 자화상'도 이러한 면모를 보여준다. 작품 속에서 그는 근대 서양화가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화가는 중절모를 쓰고 우리의 전통복장인 청량한 색감의 두루마기를 입고 있으며, 한 손에는 서양화구인 팔레트를 다른 한 손에는 한국화를 그리는 모필을 들고 있다. 정면을 향한 그의 모습과 눈빛은 그 무엇이라도 그려 낼 듯한 화가로서의 자신감과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작가는 유화 수용기에 활동했던 서양화가로 자주적이며 민족주의적 입장에서 서양화를 받아들이려는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일본 유학기 그도 당시 많은 화가들처럼 인상파 야수파 같은 서구 미술 양식을 따르는 작품들을 선보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작가의 작업 형태는 1940년대 이후로 변하게 된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작가는 향토적 소재를 선택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유화를 마치 한국화처럼 표현하였는데 이는 담채와 같은 얇고 맑은 유채법, 깊이감보다 평면적 조형성을 추구하는 작가 특유의 화풍을 성립해간다.

이쾌대의 '푸른 두루마기 입은 자화상'은 서양화를 그리면서도 항상 우리의 것과 접맥을 모색했던 그의 노력과 함께 그것을 이루어낸 화가로서의 자신감을 표현한 한국 근대미술사 속 대표적인 초상화이다.

대구미술관 학예사 강세윤

◆ 이쾌대전 ~4월 1일 대구미술관 4,5전시실 053)79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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