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청소년 정서, 문화예술로 치유해야

최근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청소년의 폭력과 자살'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화제로 오르곤 한다. 자식을 키우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다고들 한다. 대화의 결론은 이제는 내 아이만 잘 키우면 되는 게 아니고 함께 주변을 돌아봐야 할 때라는 점이다. 도대체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 것인가.

필자의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요즘 아이들에 비해 '여유와 낭만'이 있었던 것 같다. 쉬는 시간이나 방과 후에는 함께 모여 운동장에서 뛰어놀았고 합창반, 악대부, 미술반 등 동아리 활동도 활발했다. 요즘 아이들처럼 '점수'를 생각하는 예체능이 아닌 그저 좋아서 선택한 것이었으니 즐겁기만 했다. 굳이 전공을 하지 않더라도 그 시절의 기억은 일생을 살아가는데 자양분으로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추억을 가진 사람들은 성인이 돼서도 가끔 음악회나 전시회장을 찾는 여유도 가질 수 있다. 필자는 그 즐거움을 평생 누리고 싶어 전공으로 선택한 사람 중 하나다.

반면 요즘 아이들은 어떠한가. 몇 차례 교육과정을 개편하면서 학생들의 '인성 교육'이다 뭐다 합리화하는 이야기들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학생들은 '여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연일 보도되는 청소년 폭력, 그리고 자살로까지 이어지는 안타까운 사연들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일까. 정규 교과과정에서 예체능이 선택과정이 되어버려 정신적 황폐를 풀 길이 없어진 지금, 그 해답을 다시 문화예술 교육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화예술은 특수 계층의 전유물이거나 특별한 활동이 아니라 일반 사람들의 '생활'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생활 속에 문화예술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때 그것이 진정한 문화예술도시가 아닐까.

베네수엘라의 음악 교육 시스템 '엘 시스테마'가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게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저소득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음악 교육을 해서 그 아이들을 모두 전공자로 기르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들이 자라서 문화 예술적 마인드를 가지고 매사에 임할 수 있도록 하는데 진정한 '엘 시스테마'의 힘이 있는 것이다. 실제 베네수엘라에서 엘 시스테마 과정을 거친 아이들 가운데 전공자가 된 아이들은 1% 정도이고 99%는 일반적인 경제활동에 종사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한 학생들과는 달리 이들이 보다 나은 '창의성'을 갖춘 인재로 자라난 것이다. 이들이 바로 베네수엘라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됐으리라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그러면 어떻게 예술을 통해 인성교육을 할 것인가. 2012년 그 해답을 대구문화예술회관이 제시하고자 한다. 대구시립예술단과 함께 풍부한 예술적 레퍼토리로 시민들의 정서 함양에 작은 일익을 담당했던 문화예술회관이 이제 예술 교육기관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현재 대구문화예술회관은 대구의 4개 교육지원청과 MOU를 체결했고 교육청과는 직무연수기관으로 등록할 예정이다. 지난해 한 해 동안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창의적 체험활동 지원사업을 시범적으로 운영했다. 그 내용은 문화예술회관 시설투어, 지휘체험, 오픈리허설 등 이었다. 올해부터는 주5일제 수업 본격 시행을 맞아 프로그램을 확대'개편할 예정이다. 토요일 오전 시간을 활용해 공연 신청을 받아 연주하고 미술관에서는 감상과 해설을 곁들이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음악을 비롯한 문화예술을 가까이 할수 있는 방법은 바로 직접 체험해보는 데 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은 올 한 해 문화예술이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과 문화예술의 궁극적인 효과는 일반 사회에까지 나타난다는 것을 알리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자 한다. 우리 청소년들이 창의성을 갖춘 인재로 자라나는 것이 진정한 문화예술 교육의 목표이자 성과이기 때문이다.

박재환/대구문화예술회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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