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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상용차 부지 다시 적막강산

첨단업체 입주 기대 컸지만 유럽발 재정위기 일부 도산…다른 업체도 투자계

대구 성서산업단지 내 옛 삼성상용차 부지의 업체들이 유럽발 재정위기가 지속되면서 침체에 빠졌다. 매일신문 자료
대구 성서산업단지 내 옛 삼성상용차 부지의 업체들이 유럽발 재정위기가 지속되면서 침체에 빠졌다. 매일신문 자료

첨단 업체 입주로 대구 신성장 동력으로 기대를 모았던 성서 3차산업단지(옛 삼성상용차 부지)가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해 유럽발 재정위기가 지속되면서 설비투자를 계획했던 업체들이 연이어 중단하는가 하면 일부 업체는 자금난으로 도산하거나 회생절차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2000년 12월 삼성상용차가 파산 선고와 함께 문을 닫으면서 남긴 64만2천㎡(19만4천 평)의 땅은 대구시에 골칫거리였다. 시는 땅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 싼값에 분양해 우수 기업들을 지역에 불러오는 계획을 세웠다.

이후 이곳에는 STX엔파코㈜ 대구공장과 희성전자㈜, 미리넷솔라㈜, 제이브이엠 등 15개 업체가 입주, 지역의 신성장 동력 부지로 떠올랐다. 시는 매출 규모가 큰 업체들이 속속 입주해 세수 확보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롯한 잇단 경기 악화 요인으로 2개 기업(디보스'KTV글로벌)이 잇따라 도산하면서 삼성상용차 부지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이어 최근 불어닥친 유럽발 재정위기로 삼성상용차 부지 내 업체들이 침체길로 빠져들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살아남은 나머지 기업 상당수가 유럽 재정위기를 피해가지 못해 주인이 바뀌거나 공장 증설을 중단한 상태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미리넷솔라다. 미리넷솔라는 지난해 초반까지만 해도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 덕분에 태양광 사업이 확대되면서 세계로 진출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가 계속됐다. 지난해 1월 부지 내 공장 증축 공사에 들어가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가 발생, 주요 수요국들의 태양광 사업 축소가 이어지면서 회사는 위기에 처했고 확장공사는 7월부터 중단됐다. 또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고 법원은 회사의 부채가 많고 유럽지역의 재정위기로 인한 시장 악화 등을 이유로 회생절차를 개시했다. 회사 관계자는 "어려움이 지속돼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회사를 그만두는 등 구조조정도 있었다"고 밝혔다.

연매출이 1조원을 넘는 희성전자 역시 공장 증축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난해 9월 공장 증축 허가를 달서구청으로부터 받았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 기초공사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다. 급변하는 세계경제 속에 신사업 투자의 계획을 선뜻 세우기가 어렵다는 이유다. 희성전자 관계자는 "신사업의 설비투자를 하려 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다 보니 정확한 물량을 예측한 뒤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며 "조만간 협력업체들과의 조율이 끝나면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휴대폰 부품을 생산하는 참테크는 대주주가 타 지역 회사로 바뀌기까지 했다. 휴대폰 시장이 스마트폰으로 바뀌어가면서 피처폰 부품을 생산하던 참테크는 매출이 최고치에 비해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고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특히 지난해 9월 회사는 동종의 타 지역 업체에 주식을 팔면서 대주주가 바뀌었다.

성서산단 관계자는 "원자재 급증과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수출시장 감소 등 대외적인 요인이 계속되면서 입주 업체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며 "단기간 현재 침체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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