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천자문과 중국어…' 펴낸 최봉영 씨

"한자 바로 알아야 중국도 바로 압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중국어에 대한 관심은 높은데 한자의 뜻과 의미를 제대로 아는 경우가 드문 것 같아 천자문을 익히면서 중국어도 함께 익힐 수 있도록 교재와 연습노트를 펴내게 됐습니다."

검찰청 공무원으로 35년간 공직생활을 했던 최봉영(64'법무사'사진) 씨가 지난달'천자문과 중국어 동시에 배우기'를 펴냈다. 그는 퇴임 후 찾아온 또 다른 사회생활의 좌절과 서글픔을 맛보고 인생 2막을 새로 연다는 각오로 교재를 출간하게 됐다.

"삶의 경구와 천문 및 지리의 이치가 함축되어 있고, 글자마다 중복됨이 없이 사자성어 250구 1천 자로 된 천자문은 중화문화권에 있는 우리도 필수적으로 익혀야 할 교재이자 언어라고 생각해 지난해 초부터 책 출간을 기획했습니다."

첫 페이지에 중국의 34개 성(省) 분포지도가 그려진 책은 먼저 중국어 발음에 대한 설명과 중국역사 연대표를 적시해 중국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본문은 페이지 윗부분에 사자성어 두 구절씩 뜻을 풀이한 다음 아랫부분에 훈과 음, 중국어 발음표기, 간자체와 필순, 따라 쓰기 순으로 편집됐다.

별책으로 '천자문과 중국어 동시에 쓰기'란 연습장도 함께 있어 2, 3번 천자문을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중국어 발음도 익히도록 배려했다.

최 씨가 중국과 한자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00년 검찰 공무원 재직 시 중국 산둥(山東)성 검찰청을 방문하면서부터다. 당시 태산에 올랐던 그는 중국과 우리나라가 공유하는 문화적 동질성을 가슴 깊이 느꼈다고 했다. 그전까지 그는 중국어를 한 마디도 할 줄 몰랐다.

"한 번 올랐던 태산의 감동은 전율이었죠. 그전까지 막연히 멀리 느껴졌던 중국이 우리의 한자문화와 맞닿아 있다는 것을 체험했고 그것이 인생 2막을 여는 실마리가 된 것입니다."

최 씨는 이때부터 중국어를 익혔고 퇴임 후 중국 34개 전 성을 돌아보기로 결심했다. 지금까지 그는 일주일 혹은 20일 일정으로 10개 성을 둘러봤다. 2010년엔 모택동 전 주석의 고향이 있는 후난(湖南)성 일대를 여행하고 나서 글과 사진을 실은'심심중국 여행기'란 소책자도 펴냈다. 그는 중국여행에 나설 때면 수년 전부터 사귀어 놓은 현지 친구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귀띔했다.

"중국과 중국어는 공직 퇴직 후 경제력이 떨어지고 실의에 빠지기도 했던 제게 새 삶의 지표와 관심을 갖게 한 이정표입니다. 중국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그들과 같은 사고를 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천자문'에 이어 그는 또 중국 현지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한자어 3천500자를 간자체로 정리한 후속 저술도 준비 중이다. 한'중 양국이 함께 번영을 이어가려면 가장 우선할 수 있는 공통분모가 한자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35년 공직생활 중 최 씨는 모범공무원으로서 홍조근정훈장을 비롯해 대통령 표창과 수차례의 검사장 표창을 받았다. 지난해 초 위암수술을 받았던 그는 소아들의 암투병 생활을 목격하고 책 판매 수익금 중 300만원을 소아암환자를 위해 써달라며 본사'이웃사랑'코너에 기탁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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