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화금융사기단과 공모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로 10억여원을 편취한 조직폭력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이번 사건은 장기간 경기 불황으로 조직 운영이 어려워진 지역 조폭들이 보이스피싱에까지 나서는 등 조폭의 업권변화상을 보여주고 있다.
◆조폭 전화금융사기단 23명 검거
대구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8일 중국 전화금융사기단과 공모해 국내에 점조직 형태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을 결성한 뒤 각종 보이스피싱 수법으로 14억여원을 편취한 혐의로 국내 총책 K(31) 씨와 G(26) 씨 등 동구연합파 조폭 5명을 비롯해 총 7명을 구속했다. 또 이들의 지시에 따라 현금 인출 및 대포통장 모집을 한 혐의로 16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현재 중국에 체류중인 총책 대신동파 조폭 B(36) 씨를 지명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대구와 경산 등 8곳의 사무실을 옮겨다니며 각종 보이스피싱 행각을 벌여 47명으로부터 14억1천만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중국 전화금융사기단으로부터 돈을 주고 제공받은 국내 개인정보 112만여 건을 이용해 허위 햇살론 대출광고, 카드론 대출 등의 보이스피싱 수법으로 대포통장 208개를 만든 뒤, 이를 다시 중국 전화금융사기단에 알려주고 출금 지시를 받아 현금인출기에서 인출하는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현재 지명수배중인 총책 B씨가 지난해 2월 중국으로 출국해 현지에서 중국 전화금융사기단과 접촉한 뒤 국내 총책, 관리책, 인출책, 대포통장 모집책 등 점조직 형태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을 결성해 범행을 했다고 밝혔다.
대구경찰청 신동연 광역수사대장은 "이들 조직은 철저한 점조직 형태로 결성돼 일부 윗선 외엔 서로 얼굴도 모르는데다 매달 사무실을 옮기고 일주일 단위로 대포폰을 교체하며 대포차량으로만 이동하는 등의 방법으로 경찰 추적을 교묘하게 따돌렸다"고 밝혔다.
◆궁핍한 조폭, 보이스피싱까지
경찰은 장기간 불황으로 조직 운영이 힘들어진 조폭이 신종 보이스피싱에까지 손을 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SK컴즈 등 국내 인터넷 사이트 해킹에 따른 개인정보가 대량 유출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별 어려움 없이 많은 돈을 확보할 수 있는 보이스피싱이 조폭들의 새로운 '밥줄'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
대구경찰청 광역수사대 서윤재 경위는 "이번에 구속된 국내 총책 K씨는 경찰조사에서 범죄수익금의 1%인 약 3천만원을 챙겼다고 진술해 실제 이들 조직의 범행규모는 최소 30억원이 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최근 들어 보이스피싱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어 조폭들의 보이스피싱 범행이 계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 경위가 밝힌 피싱(가짜) 사이트를 이용한 카드론 대출 보이스피싱 수법은 충격적이다. 중국 해킹조직으로부터 입수한 국내 개인정보를 대량 문자발송사이트를 이용해 무차별적으로 휴대전화 메시지를 날린 뒤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를 대상으로 보이스피싱 범행을 저지르는 식이다. 범죄 공범으로 수사중이라며 피해자들에게 겁을 준 뒤 대검찰청 등 국내 공공기관과 똑같이 디자인된 피싱 사이트에 접속하게 하고 사이트 내 개인정보 입력란에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카드론 대출을 받아내 이를 자신들의 대포통장으로 송금받는 방식이다.
서 경위는 "중국 해킹조직이 빼낸 국내 개인정보를 국내 조폭들까지 활용해 보이스피싱 범행에 나서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며 "아무리 자신의 정보를 정확히 알고 있는 전화가 걸려온다 해도 당황하지 말고 일단 보이스피싱을 의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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