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5년 준공된 구 서울역사는 한국의 근현대사와 함께했다. 서울역에 대한 추억은 누구나 한두 개 쯤 가지고 있으리라. 무작정 상경을 해 청운의 꿈을 안고 서울에 첫발을 내딛던 시절, 서울역 광장은 고단하던 시절 평범한 소시민의 애환과 꿈이 담긴 장소였다. 처음 서울에 상경한 청춘들, 서울에 사는 아들을 만나러 온 노부모, 서울 구경하겠다고 들떴던 수학여행…. 서울역은 단순히 역을 넘어서, 추억이 아로새겨진 공간이다.
하지만 서울역은 1970년대 강남고속버스터미널로 인해 그 역할이 빠르게 축소됐으며 2004년 고속철도 개통으로 구 서울역사는 기차역으로서 기능을 상실하고 말았다. 1981년 문화재로 지정되고 2007년 철도공사에서 문화재청으로 넘어왔다. 오랫동안 서울역은 그대로 방치됐고, 그동안 서울역 활용에 관한 수많은 담론이 이루어졌다.
이제 서울역은 다시 복원됐다. 기차역으로서 역할을 상실해버린 구 서울역사는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으로 태어났다. 2004년 KTX 개통으로 한동안 비워져 있던 서울역사가 1925년 준공 당시 모습으로 복원됐다.
◆ 근대 건축물 복원 1호
근대 건축물을 복원한 사례는 구 서울역사가 최초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험이 진행됐다.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한 것은 기본이다.
따라서 복원에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건축물 복원 과정에만 해도 3년여가 걸렸다. 안태정 홍보팀장은 "고치다가 새로운 것이 나오면 멈추고 회의하고, 또 새로운 것이 나오면 새롭게 알아보고 한 식이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말했다.
서울역을 복원할 때 두 가지 원칙이 전제가 됐다. 언제든 기차역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는 것과 역사적, 건축적 가치를 온전하게 보존한다는 것.
원형 복원은 구 서울역사의 각 공간을 중요성과 역사적 의미, 잠재적 가치 등에 따라 상, 중, 하 세 등급으로 세분화했다. '상'에 분류된 것은 중앙홀, 1'2등 대합실, 귀빈실 등이며 '중' 등급에는 3등 대합실, 출찰실, '하'는 화장실과 지하층 등으로 구분됐다.
등급이 높을수록 1925년 당시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려고 애썼다. 이 복원 흔적과 과정들은 2층 복원전시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발실을 리모델링 한 이 공간에는 공사 과정에서 나온 각종 부자재들이 전시돼 있으며 구 서울역사의 원형 구조체를 볼 수 있다.
사람에 따라 대합실을 나누어 구분하던 시절, 1'2등 대합실과 3등 대합실의 차이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박정희 대통령이 기차를 기다리던 귀빈실도 당시 모습 그대로 복원됐다.
각 홀 앞에는 1925년 당시의 흑백 사진이 걸려 있다. 최신 건축 소재로 당시 분위기를 고스란히 살려냈다. 복원은 당시 사진을 근거로 했다.
◆ 문화와 구 서울역사의 만남
복원된 문화재, 서울역은 공모를 통해 '문화역 서울 284'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문화재 사적번호 '284'를 '문화공간'이라는 콘셉트와 접목시킨 서울역은 앞으로 복합문화공간으로 이용된다.
지금은 2월 11일까지 개관프로젝트 카운트다운 전시가 열리고 있다. 2011년 8월 9일 구 서울역사 원형복원 개관과 3월 문화역서울 284의 공식 출범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이번 예술프로젝트는 김성원 국립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예술감독을 맡았다.
"이번 전시는 특이하게도 2월이 되어야 완벽하게 완성이 됩니다. 사람들이 한 번 왔다가면 끝나는 공간이 아니라, 계속 새로운 일이 벌어져야 하기 때문에 총 35명의 작가들이 점진적으로 참여해 전시를 완성해가는 방식입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서울역 공간을 작가들은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서울역은 오래된 기억과 더불어 현대적인 미술 전시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문화재 보호법에 따라 복원을 훼손시키는 어떤 물리적 개입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이 전시의 어려움이었다. 벽, 천장, 바닥에 못을 박아야 하는 설치, 가벽을 필요로 하는 회화, 드로잉, 사진 등은 제외됐다. 수많은 제약을 교묘하게 피한 작가들은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해 제약을 넘어섰다.
현대미술뿐만 아니라 인디밴드 공연, 디자인, 건축 관련 강연 등 다양한 강연과 공연을 여는 등 서울역에서는 많은 예술적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 구 서울역사는 문화의 힘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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