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대구시 친환경 행정을 주목하며

기업을 포함한 대부분의 조직에 있어서 '지속가능 경영'은 경영전략의 핵심 목표로 자리 잡고 있다. 변화하는 내'외부 경영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여 기업의 영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다. 지속적인 기술 개발이나 밸류네트워크 구성원들과의 제휴나 협력을 통한 상생의 가치 추구 등 기업활동 전반에 걸친 다양한 노력이 요구된다. 지속가능 경영을 위해 주장되는 다양한 이론들에는 공통으로 다음의 가치들이 담겨져 있다. 윤리성과 친환경성, 그리고 창조성과 변화에의 유연성, 마지막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상생(相生)이다.

필자는 이런 가치들을 담고 있는 지속가능 경영의 개념을 풀뿌리 지방자치단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지방자치단체 역시 그 구성원들과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 못지않게 위에서 언급한 가치들을 적극적으로 추구하여야 하는 것이다. 본 칼럼에서 이중 친환경성에 대해 강조하고 싶다.

필자는 경영전략 컨설턴트로서 국내외 여러 지자체들의 친환경 행정을 경험하고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 미국 포틀랜드시가 자동차 배출가스 감소를 위해 카풀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키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대한민국에서는 경상남도가 전국 최초로 지자체 차원에서 녹색성장 브랜드 창출을 위해 시행한 녹색성장 선도 프로젝트 정책공모와 이 과정에서 반영된 민간주도형 기후변화 대응센터 및 녹색 캘린더 개발 보급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대구시에서 수성구 황금동 소재 옛 예비군 훈련장을 친환경 녹색공원으로 탈바꿈시킨다는 소식은 매우 인상깊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제한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의거하여 개발제한구역인 수성의료지구의 개발허가에 따른 10분의 1 규모에 해당하는 녹색공간을 의무적으로 조성해야 하는 규정을 합리적 그리고 유연하게 적용하여 2001년부터 사용하지 않는 부지를 시민들의 행복한 녹색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산술적인 성장과 효율의 논리에서 벗어나 자연과 더불어 상생하자는 이념이 행정철학에 잘 녹아든 훌륭한 사례라고 생각된다.

지방자치를 생각하면 '풀뿌리'란 말이 쉽게 연관된다. 풀 한 포기에는 수많은 뿌리가 붙어 있어 자양분을 토양 속에서 흡수해 식물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즉 지방자치의 개념은 과거 일방통행적인 권위주의적 사회구조에서 벗어나 시민참여적이고 권력분산적인 사회를 지향하면서 구성원 각자가 풀뿌리가 되어 공동체 성장의 원천이 되는 자양분을 공급하자는 것이다.

이 풀뿌리 문화가 친환경 녹색경영에도 영향을 미친다면 그 시너지 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환경문제가 세계적인 이슈인 지금,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도 볼 수 있듯이 녹색경영은 국가경영에도 영향을 미쳐 이미 세계 여러 나라들이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우리도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 역할의 중심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대구시의 결정은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풀뿌리 녹색경영으로 평가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부탁하고 싶은 점은 이 녹색공원이 단순한 휴식의 공간에서 벗어나 시민들의 창조적 생각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테마공원으로 만들어졌으면 한다. 특히 테마에는 최근 대구 교육계의 학교폭력 사례를 극복하는 차원에서 우리 청소년들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한 윤리적 지혜가 반영되길 기대해 본다.

배기표/미국델라웨어주 공인회계사.코페티션 컨설팅 컴퍼니(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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