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이란 제재 미국 요청, 국익 위해 현명하게 대처해야

로버트 아인혼 미국 국무부 대북'대이란 제재담당 조정관이 최근 한국을 방문, 우리 정부에 대해 핵개발에 나선 이란의 원유 수입 감축을 요청했다. 아인혼 조정관은 이란에 대한 제재가 진전이 있으면 북한 핵 문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우리 정부를 압박했다. 이란 원유 감축 비율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국은 50% 감축을 요구한 반면 우리 정부는 30%를 감축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이란을 제재하려고 주도하는 국제 공조 움직임에 우리가 발을 빼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에 응할 때 국익을 해친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란 원유 수입을 줄이고 다른 산유국의 원유로 대체하는 일이 쉽지 않은 데다 상대적으로 싼 이란 원유 수입을 50% 줄이면 연간 2천억 원의 추가 비용이 들게 된다. 이는 유가 인상과 물가 인상으로 이어져 어려운 국내 경제가 더 힘들어진다.

이 때문에 중국과 인도는 국익을 위해 미국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유럽연합(EU)도 제재 유예 기간을 놓고 회원국 간에 이견이 벌어지고 있다. 또 미국의 요구는 이란에 대해 금융'원유 거래 등을 제재하도록 하는 자국 내 국방수권법을 근거로 한 것으로 다른 국가의 주권을 침해하는 무리한 측면이 있다. 정부가 이란 원유 수입 감축과 별도로 미국에 이란과의 수출금융 거래를 예외적으로 인정해 달라고 타진한 상황이 바로 그렇다.

이러한 상황은 친미 외교 노선을 지향하면서 미국에 너무 무르게 대응한 탓이 크다. 미국의 무리한 요구로 반미 감정까지 자극한다면 한국과 미국 모두에게 바람직하지도 않다. 정부는 미국의 요구에 호락호락 응할 것이 아니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현명하게 대처해야 하며 앞으로 양국 간 대등한 관계 설정을 고민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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