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총선 D-80 ①4대 관전 포인트는

총선 D-80 ①4대 관전 포인트는

4·11 총선은 20년만에 대선과 같은 해 치러진다는 점에서 어느 총선보다 여야의 총력 대결이 예상된다.

특히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의 폭로로 불거진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으로 여권이 치명적인 내상을 입은 상황에서 야권의 '정권심판론'에 맞서게 됐다. 한나라당이 얼마나 민심의 붕괴를 막아낼 지가 성적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민주통합당호(號)의 선장이 된 한명숙 대표가 벌일 사상 첫 여성 대표간 총선 대결과 지난 1990년 3당 합당 이후 처음으로 부산·경남(PK) 상륙을 위해 총공세에 들어간 야권에 맞서 한나라당이 수성(守城) 에 성공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역할 역시 관전 포인트이다.

◇박근혜-한명숙 진검승부 = '여풍(女風) 당당' 시대의 주인공인 박 비대위원장과 한 대표는 12월 대선으로 가는 길목인 4월 총선에서 피할 수 없는 결전을 벌인다.

박 비대위원장은 지난 2004년 탄핵 후폭풍 속에서 한나라당의 구원투수로 등판, 노무현 정부 시절 재·보선에서 '40대 0'의 신화를 만들어내는 등 강력한 정치적 존재감을 과시한 유력 대권주자다.

한 대표는 2006년 헌정 사상 첫 여성 총리로 한국 정치사에 한 획을 그으며 정치권에 등장한 뒤 노무현 정부의 정통성을 계승하는 대표적 여성 정치인으로 야권에서 자리매김해왔다.

이런 상징성 때문에 한국 정치사에서 전례 없는 여성대표간 격돌이 벌어질 전망이다.

박 비대위원장은 민심의 외면 속에 바닥으로 가라앉는 한나라당호(號)를 얼마나 수면 위로 끌어올리느냐에 따라 향후 대권가도에서 정치적 입지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2004년 탄핵 후폭풍 당시 예상을 깨고 121석을 얻은 것이 자칫 '총선 성적표'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것은 부담이다.

한 신임 대표 역시 야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분석되는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어느 정도의 타격을 가하느냐가 정치적 미래를 좌우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는 당내 통합주체 세력간 갈등과 알력을 잡음없이 조정해야 할 조율사 역할도 안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한 것은 아니다.

◇'돈봉투'·'권력형 비리의혹' 영향은 = '전대 돈봉투' 사건은 한나라당엔 초대형 악재다.

특히 한나라당 출신 박희태 국회의장이 돈봉투 파문의 한복판에 서면서 한나라당은 지난 2003년 '차떼기 악몽' 속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받은 사람은 있고, 준 사람은 없다'식의 수사 결과가 나올 가능성과 함께 야당의 특검제 도입 요구에 대비해 전열을 정비해야 할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검찰의 철저하고도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박 의장의 즉각적 사퇴도 촉구하면서 최대한 빨리 파문을 마무리 짓겠다는 속내지만 민심을 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개발권을 둘러싼 CNK인터내셔널의 주가조작 의혹의 경우, 현정권 실세 연루설이 사실로 드러나며 권력형 비리 의혹으로 번질 경우 여권은 치명타를 피해갈 수 없게 된다.

선거철을 맞아 야권의 의혹 제기가 거세질 것으로 보여 총선을 관통하는 핫이슈가 될 전망이다.

◇안철수 '野 지원' 나설까 = 유력한 대권주자로 부상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의 선거 지원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 원장은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를 지원해 10년만에 야권에 서울시장 자리를 안긴 바 있다.

이어 안철수연구소 보유지분 절반을 사회에 환원한다고 선언하는 등 사실상 정치권 진입을 위한 '몸만들기'를 해온 만큼 4월 총선에서도 그가 모종의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총선 이후 본격화할 대권주자 경쟁을 앞두고 자신의 영향력 극대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강남 출마설'과 '제3신당 창당설'을 스스로 부인했다는 점에서 안 원장은 직접 '선수'로 나서기보다는 메시지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 야권을 도울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히 총선 지원 여부는 사실상 그의 대권 도전 여부를 가늠할 잣대가 될 수 있어 더욱 주목된다.

그는 지난 8일 미국 출장길에 인천공항에서 기자와 만나 "열정을 갖고 계속 어려운 일을 이겨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며 정치 참여 및 대권 도전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음을 내비친 바 있다.

◇'낙동강 전선' PK 쟁탈전 = 부산·경남(PK)이 4월 총선의 승부를 가를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한나라당의 오랜 강세지역이지만 사정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대통령 측근 비리 등 잇따른 대형 사건에 성난 민심이 요동치고 있고, 지역색이 옅은 젊은층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로 야권의 지반도 한층 단단해졌다.

야권은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문성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김영춘 전 의원 등을 앞세워 전국정당화를 향한 교두보 확보에 나섰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역대 어느 선거 때보다 분위기가 좋은 게 사실"이라며 "낮은 자세로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야당에게 한 표를 달라고 호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낙동강 전선을 지키려는 한나라당의 의지도 결연하다. '텃밭'에서조차 밀리면 당의 존립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특히 박근혜 비상대책위 체제에서 과감한 인적 쇄신과 정책 변화 등 차별화를 진행하고 있어 갈수록 민심이 되돌아오면서 야권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풍부한 지역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신·구 조화를 이룬 확실한 일꾼을 제시하면 충분히 한나라당이 선택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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